[스타일리스트]아라곤네트웍스 최재찬 부장

아라곤네트웍스의 최재찬(36) 부장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만 3편을 만든 전문가다. 국내에서 이 장르에 대한 열풍을 주도했던 ‘쥬라기 원시전’ 1편과 2편을 혼자 만들어 냈다. 또 확장팩 ‘더 랭커’까지, 근 6년 동안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에만 매달린 베테랑이다.

지금은 이름조차 잊혀진 작품들이지만 당시 ‘쥬라기 원시전’은 국내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10만 카피 이상 팔려 나간 대작이었다. 그러던 그가 아라곤네트웍스의 ‘샤인 온라인’에서 서버를 담당하며 온라인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매진 중이다. PC게임만 전담했던 경력으로 보면 생소한 분야가 아닌가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포가튼 사가 온라인’ 개발에 우회적으로 참가해 이미 온라인 게임에 대한 경험은 있다. 그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전략 시뮬레이션과 MMORPG를 하나로 묶은 퓨전 장르고 그런 형태가 미래의 온라인 게임이라고 단언했다.

# 중학교 3학년때부터 컴퓨터 만져

“컴퓨터를 접했던 것은 중학교 3학년때부터죠.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대학교까지 이어졌어요. 프로그래밍, 그리고 컴퓨터와 근 20년을 함께 했지요.”

국내의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딱 두 부류로 나뉜다. 콘솔 게임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파와 컴퓨터를 통해 게임과 프로그래밍을 배운 파. 최 부장은 후자에 속한다.

그는 중학교 3학년 시절 겨울방학 동안 컴퓨터 학원에 다녔는데 그것이 평생을 결정하고 말았다. 또래의 남자 아이들이 그랬듯이 태권도 학원과 컴퓨터 학원에 다니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면 국어, 수학, 영어에 눈을 돌려 학원의 일은 까맣게 잊는다.

헌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컴퓨터의 매력을 알았고 게임을 느꼈으며 프로그램을 파고 들었다. 애플, MSX, 삼성 SPC-1000을 모두 경험했고(이 제품명을 아는 사람은 진짜 게이머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스스로 PC게임을 만들며 자신의 실력을 확인했다. 베이직으로 짠 엉성한 게임이었지만 고교생이 홀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컴퓨터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것도 대학에 입학해 컴퓨터 동아리에 가입하려고 했으나 그 흔한 컴퓨터 동아리 하나 없다는 사실에 놀라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것이다. 대학에서도 그의 생활은 프로그래밍과 PC게임으로 꽉 찼다.

남들은 술이다, 당구다, 미팅이다 하며 놀러 다니기에 바빴지만 최 부장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진수와 십진수 뿐이었다. 군대를 다녀와 4학년이 된 그는 자신의 갈길을 굳히고 게임 제작팀을 만들었고 ‘쥬라기 원시전’ 개발에 착수했다.

“‘듄 2’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들었어요.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가슴 한 가운데서 터져 나왔죠. 그렇게 게임 개발자 인생이 시작된 겁니다. 허허허.”

신출내기 개발자들이 만들던 ‘쥬라기 원시전’은 위자드소프트의 관심을 받았고 제품이 완성되기도 전에 위자드소프트로 팀원 전원이 합병(?)당했다.

# 게임 개발자 자중해야

게임 개발의 베테랑인 그도 ‘샤인 온라인’을 만들면서 초반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PC 패키지 게임에 오랫동안 몰두했고 개발 중에도 기라성같은 온라인 게임이 계속 오픈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을 따라하지 않고 개성을 가지며 목표를 뚜렷이 한 결과 지금은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개발자가 자신의 작품을 판단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른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고 유저들과 친우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고집을 가지고 일관된 자세로 개발에 임하는 분도 많은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 부장은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 노력한다. ‘릴 온라인’을 가장 열심히 했고 ‘월드오브 워크래프트’도 인상깊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 손을 댔다.

그는 사람과 사람의 대결 구조를 가져가는 방식이 추세라고 말하며, 초기에는 일대일에 불과했지만 대규모 전투로 확장되면서 ‘재미’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의 그것은 길드전과는 분명히 다른 형태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초창기 PC게임을 개발했던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어 봤다.

“저부터도 문제지만, 개발자는 꼼꼼한 성격을 길러야 합니다. 해외 게임의 코드를 보면 모든 예외 상황에 대해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어요. 하지만 국산 게임들은 그렇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면에서 개선돼야 합니다. 자신의 미래를 게임에 걸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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