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보다 10분의 1 더 작은 분자 움직임 포착
10억분의 1 크기인 나노보다 10분의 1이나 더 작은 분자들의 움직임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분자 캠코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효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팀은 KAIST 정착 연구비와 BK21 사업, 젊은 과학자 연구비 등을 지원받아 용액에 빛을 쪼인 후 일어나는 복잡한 분자들의 움직임을 극초단 엑스선으로 연속 촬영, 구명하는 데 세계 처음으로 성공해 세계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 15일자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불규칙한 구조를 갖는 용액에서 엑스선 회절 신호로부터 분자구조의 변화를 직접 추적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세계 과학기술계의 정설을 뒤집어 세계 과학기술계의 이목을 받고 있다. 용액 내 분자는 크기가 워낙 작은 데다 움직임이 빨라 카메라나 현미경으로는 그동안 관측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
연구팀은 이 용액에 아주 짧은 엑스선 펄스(회절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빛)를 보낸 후 회절 신호(빛이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나 분자에서 반사돼 나오는 신호)를 시간에 따라 측정, 분자들의 움직임을 동영상으로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파장이 아주 짧기 때문에 더욱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었고, 극초단의 짧은 시간 연속 촬영으로 마치 춤추는 듯한 분자의 움직임을 나타냈다”며 “1년 넘게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 개발에는 0.1㎚의 파장을 가진 엑스선 펄스와 100억분의 1시간을 가진 아주 짧은 광원이 이용됐다.
이 기술은 의미있는 연구 결과를 미리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사이언스 온라인 익스프레스 인터넷판에도 소개됐다. 또 단독 책임저자로 게재되기는 이번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김태규 박사(KAIST 출신)와 이재혁 석사과정 학생이 공동 참여했다.
이 교수는 “결정(crystal, 일종의 고체)에만 응용돼 오던 엑스선 회절법을 용액에 응용한 것”이라며 “향후 나노물질과 단백질에도 응용돼 NT와 BT 분야에 크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