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걸작 시리즈](12)잭2

‘잭2’는 전세계적으로 누적 800판장이 판매된 밀리언셀러다. 플레이스테이션2(PS2)용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이 게임은 상업성도 뛰어나지만 게임성으로도 인정받았다. 유명 게임 매체인 게임스팟과, IGN닷컴이 각각 이 게임에 9.1점과 9.5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부여했을 정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음침한 건물 지하 실험용 침대에 묶여 있던 잭이 괴력의 소유자로 돌변해 실험실을 탈출하고 모든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는 것이 게임의 줄거리.

‘잭2’는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시나리오 속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자유도를 제공하는 것이 돋보인다. 게다가 ‘젯셋라디오퓨처’나, ‘SSX’ 등에서 볼 수 있는 현란한 묘기가 가능한 제트보드, 미래의 자기부상 레이싱카로 벌이는 스트리트 레이싱, 레일건으로 날아오는 적을 막는 레일건 슈팅 등 다양한 게임 속 게임들이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프로그레시브 출력, 16대 9 와이드 TV를 지원해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감상할 수 있고 돌비 프로로직 II를 채용한 뛰어난 3D 사운드도 감칠맛을 더해준다.

‘잭2’는 그러나 북미에서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2003년 출시돼 누적 1만장 정도밖에 판매되지 않는 부진을 겪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K)는 이 게임의 자막과 음성을 모두 한글화하는 의욕을 보였지만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같은 부진은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이 크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이 게임이 철저하게 북미식 사고에 맞춰 제작됐다는 것이 보다 더 큰 원인인 듯하다.

캐릭터, 스테이지 디자인 등 ‘잭2’를 처음에 접하면 ‘서양에서 디자인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대번에 들게 된다. 미국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라면 미국의 스탠딩개그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국내 이용자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의 참맛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몇 십번을 도전해도 클리어하기 어려운 ‘잭2’의 극악의 난이도는 국내 게이머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완전한 입체감과 높은 자유도 등 이 게임의 장점은 오히려 국내 게이머들에게 낯선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잭2’는 북미식 게임의 진수를 맛보고 싶은 게이머들에게 권할만한 게임이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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