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포커살롱](49)감정 컨트롤

어떤 분야에서든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는 우리나라 민족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민족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특히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야 말로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포커에서만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적이 좋지 않게 나타나 안타깝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겜블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단점은 순간 순간 결과에 따른 감정의 기복과 노출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는 점인데 이것은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는 기질과 급한 성격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겜블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승패에만 너무 큰 비중을 둔 나머지 게임 중에 조금만 성적이 안 좋으면 조급한 마음에 무리한 플레이를 일삼는다. 조급한 마음이야 말로 게임 결과에 악영향을 주는 가장 위험한 행동이고, 또한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포커 게임이란 10시간 잘하다가도 5분 또는 10분 만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의 감정이 심하게 흔들릴 때 주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그 어떤 게임보다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포커게임에서는 이론적인 테크닉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고, 일류 플레이어들에게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 바로 실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래 전 일이다. 아마추어 포커 실력자였던 S씨는 묘한 상황으로 인해 자신보다 실력이 앞서는 속칭 프로들과 게임을 하게 됐다. 처음부터 S씨는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야말로 엄청나게 타이트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게임 중반이 지날 때까지 6명 중 2위라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자 상대들이 서서히 S씨의 감정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S씨가 패를 일찍 꺾을 때마다 너무 짜게 플레이한다며 S씨를 자극한 것이다. 실제로 포커게임에서 말로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상대 선수들이 계속해서 감정을 건드리자 기분이 상했지만, S씨는 처음부터 마음을 굳게 먹은 상태였기에 못들은 척 흘려버리며 잘 버텨나갔다. 그런데 시간이 좀더 지나자 더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말이 나왔고, S씨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인간적인 모멸감마저 느낀 S씨의 감정이 꿈틀거리며 갑자기 감정이 폭발해 “너희들이 그렇게 잘해?”라는 식의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이후 판마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치기로 나섰으나 정상적인 실력 대결에서는 아직 S씨가 그들의 적수가 될 실력이 아니었기에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S씨는 고도의 신경전에 말려 들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 일화는 앞서 언급했던 부분과는 약간 다른 종류의 감정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맥을 같이 하는 이야기다. 비신사적 행동임에 틀림없지만 이러한 상대방의 신경전에 말려들지 않는 것도 어느 정도 이상의 실력자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예로부터 ‘승부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이라는 말이 오래도록 명언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펀넷고문 leepro77@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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