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리뷰]KILLZONE

PS2용 FPS 게임 ‘킬존’이 정식으로 발매됐다. 이 작품은 X박스의 FPS ‘헤일로’가 커다란 인기를 얻으며 콘솔 게임기 최대 취약점이었던 이 장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함에 따라 만들어진 게임이다. 영화와 같은 연출과 화려한 그래픽, 꽉 짜여진 스토리 등이 ‘킬존’의 특징이며 생생한 현장 사운드는 유저를 전장의 한 가운데로 몰아 넎은다.

 하지만 게임 패드로는 정밀한 컨트롤이 힘들고 적의 인공지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FPS 게임으로서는 여러 가지 부족한 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더 게임스의 크로스리뷰팀은 이러한 단점을 한 목소리로 지적하며 개발사에 대한 분발을 촉구했다. 특히 이광섭 엔게이머즈 팀장은 PS2 성능의 한계까지 도달한 그래픽에 비해 비해 발매 시기가 너무 늦었고 게임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유통사: SCEK 개발사: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 2 장르: FPS(일인칭 액션)

‘킬존’의 배경은 먼 미래, 지구인으로 헬가 행성을 탐험하다 바이러스에 중독돼 유전변이를 일으켜 현지에 정착한 ‘헬가인’과 헬가의 지배권을 주장하는 ‘지구인’ 간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유저는 지구인이 돼 강한 체력과 공격력을 지닌 헬가인과 처절한 전투를 치뤄야 한다.

이 작품은 사실적인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해외에서 PS2 최고의 밀리터리 액션 게임이라는 평을 얻고 있는 작품이다. 비디오 게임에 최적화된 조작방법, 돌비 프로로직 사운드 지원 등 기술적인 완성도 뿐만 아니라 포연 등 생생한 전장의 연출, 음모와 반전의 시나리오 등 내용 구성면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해 게임의 재미를 배가 시켰다. 유저는 인터넷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접속하면 다른 유저와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온라인 멀티플레이는 승패에 따라 계급이 부과돼 일등병부터 대장까지 16단계의 계급에 도전할 수 있다.

종합: 6.8 그래픽: 8.3 사운드: 7.6 조작성: 5 완성도: 6.6 흥행성: 6.3누가 붙여준 이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헤일로 킬러’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 ‘킬존’의 첫 인상은 ‘인내심 킬러’에 가까웠다. 1인칭 액션게임(FPS)이라는 탈을 쓰고 선보인 게임인 것은 분명하지만 FPS로서는 자격미달인 작품이다.

시종일관 느린 게임 진행방식과 부족한 프레임 문제로 애꿎게 듀얼 쇼크 2 패드만을 탓하게 만드는 ‘킬존’은 앞서 언급한 요란한 허풍 덕분에 곱절의 실망감만 안겨주고 말았다.

물론 ‘킬존’과 FPS라는 장르를 떼놓고 보자면 이런 단점을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전장의 상황을 유저에게 최대한 주입시키기 위해 PS2로 구현해내기 힘든 다양한 그래픽 효과를 그려내고 현란한 연출을 시도한 ‘킬존’을 보고 있자면, 게임성보다는 전쟁의 냄새를 풍기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빠르고 격렬한 최근의 FPS 경향을 고려하지 않는 유저에겐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타이틀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프라이프 2’를 필두로 ‘헤일로’ 시리즈 등 미려한 스토리와 흡인력있는 게임성을 경험해온 유저에겐 ‘킬존’은 여러면에서 부족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타이틀로 여겨질 뿐이다. 이미 유저들의 눈과 귀는 오감을 자극하는 수많은 게임들로 둔감해진 상태일테니까 말이다.

종합: 6.4 그래픽: 8 사운드: 7 조작성: 3 완성도: 7 흥행성: 72, 3년 전, ‘킬존’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콘솔 FPS의 바이블이 돼 버린 X박스의 ‘헤일로’를 넘어설만한 작품이 PS2로도 드디어 나온다는 설레임에 동료와 한참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발매된 ‘킬존’은 실제로 ‘PS2의 성능을 쥐어짰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그리고 총알 몇 방 박아주는 것으로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 강력한 적병 헬가인과의 드라마틱한 전투는 흥미롭다. 또, 평가가 양분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지만 퍼즐이나 길을 찾는 등의 복잡함보다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에 포인트를 줘 별 생각 없이 편하게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하지만 이 타이틀은 너무 늦었다.

원래 발매 예정보다 2년이나 늦게 출시된 이 작품은 가슴 두근거리며 ‘킬존’을 이야기하던 그 시점을 너무 지나 버렸다. PS2의 한계까지 파고든 게임은 이미 여러 개 발매돼 있다. 게다가 일치감치 눈이 높아져 있는 유저들에게 ‘킬존’은 놀라움을 주기에 너무 늦고 말았다.

그리고 ‘지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허술한 인공지능은 기가 막힌다. FPS라는 장르는 콘솔보다 PC에 더 강점을 줄 수 있는 장르다. 대신 콘솔용 FPS들은 뛰어난 인공지능을 통해 다른 재미로 성장해 갔었다. ‘헤일로’나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킬존’의 인공지능은 어이가 없다. 또 스테이지의 구성도 겉보기와 달리 완성도가 떨어져 이러한 단점을 더욱 부각시킨다.

지난 E3에서 PS3 버전의 ‘킬존 2’가 발표됐다. 이번에도 엄청난 그래픽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그런데 또 다시 그래픽에만 너무 신경을 쓴다면?

종합: 7.4 그래픽: 9 사운드: 8 조작성: 7 완성도: 7 흥행성: 6결론부터 말하면 ‘킬존’은 FPS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타이틀이다.

FPS란 일인칭 액션 게임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장르는 유저가 보는 시점과 동등한 화면을 구현하고 인간과 흡사한 움직임, 실제같은 타격이 핵심이다. 유저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게임 플레이가 진행돼야 하고 유저 자신이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자재의 컨트롤이 가능해야 한다. 또 총기와 탄환이 물리 법칙에 의거해 사실적으로 적용돼야 비로소 생생한 현실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중요한 요소가 또 있다. 적으로 등장하는 상대방들이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며 전투를 벌여야 한다. FPS의 재미는 이 모두가 화학작용을 통해 발생한 결과물이다. 고정된 위치에서 멍청한 허수아비를 상대로 총알을 100발 날려봐야 1초도 안돼 지루해지는 게 FPS다. 다시 말해 FPS에서의 그래픽이란 ‘좋으면 좋지만 아니라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킬존’은 모든 역량을 그래픽에 쏟아 부은 것처럼 보인다. 디테일은 평균 수준이지만 전장의 치열함과 현란한 카메라 연출은 진짜 놀랍다. 영화같은 스토리를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도 나쁘진 않다. 쇼 윈도우를 지나가는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을 힘은 충분하다. 하지만 막상 손에 쥐면 기대했던 만큼의 플레이가 아닌 것이다.

원래 게임 패드로는 키보드와 마우스 결합의 미세한 움직임을 재현할 수 없다. 하지만 FPS 유저는 짜릿한 손맛과 전투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으면 결코 플레이하지 않는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콘솔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했다. 영상으로 때우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다.

종합: 6.6 그래픽: 8 사운드: 8 조작성: 5 완성도: 6 흥행성: 6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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