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가 제일 무서워요.”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학교폭력 중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왕따’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린이 전용 포털사이트 쥬니어네이버가 최근 초등학생 회원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남녀 응답자 모두 70% 이상이 폭행·돈뺏기·협박 등의 심리적·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왕따’를 심각한 학교폭력의 하나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 폭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남학생의 51%, 여학생의 44.9%가 ‘왕따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라고 답변했다. 자녀를 둔 부모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고등학생도 중학생도 아닌 어린 초등학생이 벌써부터 왕따를 가장 두려운 학교폭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왕따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최근 미국에서 사이버공간 내 집단따돌림, 일명 ‘사이버 왕따’를 견디다 못한 14살 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이 소년을 괴롭혔던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이방인도, 음란물도 아닌 같은 학교 동료들의 욕설과 모욕적인 표현이었다. 소년의 부모는 또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자녀의 컴퓨터 사용에 대한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10대 중 무려 77%가 인터넷상의 따돌림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문명의 이기로 개발된 인터넷과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가 확산되면서 왕따 학생을 괴롭히는 다양한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흔한 수법은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나 e메일 보내기다. 왕따 피해학생은 과거에는 학교를 벗어나면 혼자만의 공간에서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문자메시지나 e메일, 채팅을 통해 욕설을 듣거나 공격을 받는 등 24시간 괴롭힘을 당한다. 더욱이 따돌림을 받던 학생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도 사정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전학 간 ○○○가 따였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IT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왕따 문제를 학교나 가정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지털문화부 김종윤차장@전자신문, j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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