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엔틱스소프트 박진환 사장

 코끝 시린 드라마가 바로 히말라야 산행이다.

 혼자 가도 ‘삶과 푸른 꿈’이 흐르는 그 산줄기에 속된 말로 미치는데, ‘이름다운 영혼’ 하나를 구하러 가는데 왜 삼단 같은 이야기가 없을까.

 지난해 계명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히말라야에 올랐다 영원히 내려오지 못한 산악인 박무택 씨. 하산길에 조난을 당한 박무택 씨의 시신을 수습하러 떠난다는 휴먼원정대(대장 엄홍길)의 취지를 듣고 박진환 엔틱스소프트 사장(33)은 한달음에 따라 나섰다.

 그리고 석달 뒤 “무택이는 히말라야가 너무 좋은지 산에 들러 붙어 몸뚱이가 떨어지지 않네요”라는 엄홍길 대장의 짧은 소식이 한국에 전해졌다. 피붙이 이상의 정성이 들어간 염이 이뤄졌을 게다. 그리고 ‘산꾼’ 박무택의 영혼은 히말라야뿐 아니라 대원들 가슴에도 고이 묻혔다. 그 영혼을 가슴에 품고 박 사장은 또 다른 격전의 현장, 사업 일선으로 돌아왔다.

 “히말라야 고원에서 ‘희망’과 ‘준비’라는 두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돌아왔습니다.”

 눈밭의 복사광 때문에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그의 얼굴에서 평온하지 않았던 40일간의 여정과 피로가 묻어났다. 그는 후발대로 참여했지만 두고 두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업 속에서, 인간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그는 히말라야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고 마음의 짐을 푸는 열쇠로 삼을 것이다.

 “신작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 ‘요구르팅’의 오픈베타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CEO가 회사를 비운다는 것 때문에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에 대한 굳은 믿음과 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오히려 제 등을 떠밀었습니다. 결국 히말라야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동료를 구하는 일이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게임을 성공으로 건져올리는 일이나 똑같이 ‘희망’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해발 5200미터 베이스캠프에서 6300미터 고지까지 오르면서 고산증에 의한 하반신 마비라는 결정적인 난국을 맞게 된다. 셰르파의 등에 업혀 베이스캠프까지 내려오면서 그는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아로새겼다. 무엇이든 뜻한 바대로 믿고 밀어붙이면 이뤄진다는 믿음도 큰 힘이 됐다. 만약 상반신 마비였다면 목숨이 달아날 상황이었지만, 하반신에 마비가 왔고 베이스캠프에서 말을 듣지 않던 두 다리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해발 6300미터에 오르지 못한 채 돌아가신 계명대 OB산악회장을 생각하며 만감이 교차해습니다. 히말라야가 삶과 죽음의 벼랑끝 대치선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자신과 동료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웠습니다.”

 박 사장은 지난 3월 네오위즈의 대표직을 나성균 대주주에게 물려주고, 자회사인 엔틱스소프트의 대표로 물러앉았다.

 인생의 쓴맛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그에게는 피할 수 없는 산행이요, 고난의 길이었을 터다. 그러나 그는 이번 히말라야에서 어떤 상황과 역경이 닥쳐오더라도 ‘준비’만 돼 있으면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6월 몬순이 시작되면 등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석달 동안 단 하루만의 도전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사업도 게임의 성공도 똑같습니다. 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꼭 옵니다. ‘요구르팅’도 그런 차원에서 준비된 게임입니다.”

 사실 게임시장의 경쟁은 히말라야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크레바스처럼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추락의 틈이 곳곳에 깔려 있다.

 히말라야에서 훌쩍 더 성장해 돌아온 패기의 CEO 박진환. 그가 나성균, 송재경, 정상원 등의 스타들과 어떤 조화를 이뤄갈지 더 궁금해진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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