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반도체 산업 발전 방안

우리나라 비메모리 반도체 역사는 짧지 않다. 반도체 태동기인 60년대에 설립된 페어차일드와 모토로라 등 조립업체는 물론이고 70년대의 한국반도체(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KEC 등 제조업체들은 비메모리 반도체에 기반을 둔 반도체회사였다.

 80∼90년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D램에 집중되면서 기술 인력 등 각종 산업 인프라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편중됐다. 그 결과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시스템온칩(SoC)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한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차 벗어났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설계, 공정 개발, 양산 기술 등 전반적인 인프라도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대만에 비해 많은 열세를 보이게 됐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중심의 ‘벤처기업 육성전략’이 강력히 추진되면서 벤처기업들이 양적 팽창을 거듭했다. 그 결과 지난 2003년부터 엠텍비젼, 코아로직 등 1억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하는 팹리스(Fabless)들이 탄생했다.

 정부는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시스템IC 2010’ 등 각종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국제적 견제, 정책결정 기구의 일원화 문제, 단기 실적에 연연하는 성과주의의 한계 때문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점차 다양화되고 거대화되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전문화와 분업화는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전자 제품의 생명주기 단축과 R&D 및 팹 건설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단일 반도체 회사가 설계에서 판매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신규 반도체 회사는 회사의 경영역량 중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에 보유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집중하게 됐다. 이것이 반도체 설계 전문의 팹리스와 생산 전문의 파운드리 산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팹리스와 파운드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추구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적극적인 협력 시스템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반도체설계자산(IP) 공동 개발, 공동 마케팅 및 양산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수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IP의 확보, 수요층의 제품 선호 트렌드를 뛰어넘는 첨단 분야 IP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업종 간 IP 공유뿐만 아니라 팹리스 업체 간 연합체 형성을 통한 IP 공유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체 간 디자인툴센터, 후공정(BEOL) 서비스센터 등 협력센터의 공동 설립이 필요하다.

 팹리스들이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성 있는 제품 개발, 시장성이 강하고 넓은 수요층을 지닌 제품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쟁의 사각 지대에 있는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미래 지향적 제품만을 고집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수요 시장의 필요에 맞도록 집중화하지 못하거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새로운 유망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면 그대로 사양길을 걷게 되며 시대에 뒤처진 기술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정확한 시장 정보 등 시장 트렌드의 파악이다. 이미 체계적으로 정립돼 있는 파운드리 업체의 마케팅 활동을 지원받아 기술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다.

 양산 부분에서도 파운드리와 팹리스 간의 공고한 협력이 중요하다. 파운드리 업체의 생산 용량 일부를 팹리스와 공유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팹리스가 직접 운영하거나 파운드리 업체에서 오퍼레이션까지 대행해주는 방식의 협업 체계가 시스템화돼야 한다. 이 외에도 파운드리 업체에서 시장 개척을 위해 운용하고 있는 시제품제작(MPW)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점차 분업화, 전문화돼 가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체 간의 협업 시스템 구축은 성공의 필수 요건이다. 초기 기술 개발 과정부터 최종 생산자에 도착하는 영업에 이르기까지 공동 IP 개발, 공동 마케팅 및 양산 등 전방위적 협업 시스템이 필요하다.

◆송재인 동부아남반도체 마케팅 담당 상무 jsong@dsem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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