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경영에서 상생 경영으로.’
상생 경영이 시스템통합(SI) 업계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삼성SDS와 SK C&C 등 대형 SI업체에 이어 동부정보기술·신세계아이앤씨 등 중견 기업들도 이달 들어 앞다퉈 협력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속속 수립, 본격 시행에 돌입하면서 상생 경영이 최근 SI업계 최고의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현황=동부정보기술은 이달 초 ‘전략적 협력업체 육성방안’을 마련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 안은 협력업체 업무 수행능력을 향상하고 우수인력 양성 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다. 동부정보기술은 우선 세미나와 교육 등을 통해 품질관리기법 전수에 착수한 데 이어 앞으로 협력업체의 안정적인 운영과 발전을 위해 지원 범위를 경영개선활동으로 확대하는 한편 용역단가를 선진업체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올릴 방침이다.
신세계아이앤씨도 매달 우수 협력업체를 선정, 대금 지급기간을 단축하고 현금 결제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협력업체 선정 공정성 △무리한 요구 여부 △지급 조건 합리성 등을 점검하는 한편 건의사항과 불만 등을 접수해 해당 사업부에 전달, 시정토록 할 계획이다.
CJ시스템즈는 운영 업무를 맡고 있는 협력업체의 경우에 당월 현금 결제를, 개발 협력업체 경우에는 고객의 결제 조건과 관계없이 익월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협력업체 결제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중이다. 아시아나IDT도 협력업체 집중 육성을 골자로 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기존 250개 협력업체를 90개로 축소·등급화하고 집중관리를 위한 준비체제로 돌입했다.
이 밖에 대우정보시스템이 협력업체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대금 결제에 ‘전자어음’ 형식을 도입·운영하고 있으며 동양시스템즈도 현금 결제 비중을 상향 조정했다.
◇배경=상생 경영이 짧은 시간 내에 대형 기업에서 중견 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건 SI산업에서의 고질적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행위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미 대형 SI업체들을 대상으로 SI기업과 협력업체 간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중견 기업들로서도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난 2년여간 윤리 경영을 앞세워 이익 창출을 최고의 모토로 내건 SI업체들의 경영전략에 대해 중소형 협력업체들 사이에서 ‘대기업들이 제 배만 불린다’ ‘자사 이익을 위해 협력사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하나 둘씩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결국 SI기업과 협력업체 간 문제가 일반 산업의 대·중소기업 문제와 동일한 선상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SI업체로 하여금 상생 경영이라는 깃발을 들게 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망=문제는 실천 의지다. 과거에도 협력사 프로그램이 없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는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특정 프로젝트에서 기존 SI업체와 결별하고 경쟁사로 협력 관계를 옮긴 한 SW 전문업체 사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배푸는 시혜성 정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며 “대기업의 역할이 있듯이 개발을 직접 담당하고, 그를 바탕으로 해당 시스템과 수요처 업무를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역할을 분명히 인정하는 인식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형 SI업체의 임원은 “수익 창출의 큰 요인이 인건비 절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협력사에 대한 처우를 무작정 좋게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어쨌든 SI업체의 상생 경영은 선진 거래질서 확립과 건전한 시장구조 정착을 위해 SI업계 전역에 불었던 투명·윤리 경영과 결코 무관치 않다. 다만 상생 경영 실천의 열쇠는 적어도 공급업체 간에서는 ‘갑’에 위치한 SI업체 스스로 변할 때 구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SI업체들의 실천 의지가 다시 한 번 강조되고 있다.
신혜선·김원배기자@전자신문, shinhs·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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