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을 지켜라" 복합기 영토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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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사기와 프린팅 업체가 복합기 시장을 놓고 치열한 ‘영토 싸움’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 복합기가 만능 사무 장비로 프린터·팩스·복사기 등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프린팅 비즈니스에 치중했던 삼성전자·한국HP·엡손 등은 재빠르게 복합기 제품 라인업을 새로 구축하고 시장 ‘공략’에 포문을 열었다. 캐논·후지제록스·신도리코 등 사무 비즈니스의 터줏대감인 복사기 업체도 시장 ‘수성’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복사기냐, 프린터냐=사무실은 그동안 복사기 업체의 텃밭이었다. 고가인 복사기가 사무실 안마당을 차지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모든 업무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팩스에서 프린터·복사기까지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복합기가 인기를 끌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기능과 가격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복합기가 복사기를 밀어내기 시작한 것. 여기에 컬러와 디지털화까지 맞물려 복합기의 인기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복사기 업체는 이런 추세를 겨냥해 복사기에 프린터와 팩스 기능을 합친 ‘복사기 기반 복합기’를 내놓았다. 점차 시장에서도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비중이 커질 것으로 판단해 아예 IT업체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프린터 업체도 복합기 시장의 잠재성을 놓칠 리 없다. HP·엡손·삼성전자 등은 컬러 기능까지 곁들인 ‘프린터 기반 복합기’를 잇달아 선보이며 이들 업체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총무과냐, 전산실이냐=기업 내부에서도 복합기를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복합기의 가장 큰 강점은 다중 작업과 네트워크 기능. 프린트·스캔·복사·팩스 전송·사진 출력·네트워크 전송 기능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게다가 이전 복사기·프린터처럼 오직 한 가지 기능만을 위한 장비가 아니라 디지털 사무 환경과 맞물려 점차 사내 네트워크로 묶이는 추세다.

 특히 사무 비용을 절감하고 문서 보안을 위해 디지털 복합기를 사내 망으로 묶어 일괄 관리하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 마디로 복합기가 PC 못지않게 ‘스마트’해지고 있는 셈이다.

 복합기가 디지털화·네트워크화하면서 관리 영역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복합기의 관리 부서가 총무과에서 전산실로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는 것. 여기에 총무 부서는 전통적으로 복사기 업체의 고객인 데 반해 전산실은 IT를 기반으로 한 삼성·HP 등에 우호적이어서 이래저래 복사기와 프린터 업체는 맞부닥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은 ‘장밋빛’=복사기와 프린팅 업체의 ‘신경전’도 따지고 보면 그만큼 복합기 시장의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실제 프린터는 포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복합기만큼은 ‘장밋빛’이다.

 IDC 등 시장 조사 기관은 국내 레이저 복합기 시장의 경우 지난해 9만5634대에서 올해 12만3000대 가량으로 30% 이상 성장하고 오는 2008년까지 연평균 20%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잉크젯 복합기도 레이저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올해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서고 꾸준하게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단순 복사기와 프린터는 지난해부터 성장률이 감소, 점차 복합기로 빠르게 넘어가는 추세다.

 한국HP 조태원 부사장은 “앞으로 2∼3년 뒤엔 빠른 속도와 높은 인쇄 품질을 갖춘 컬러 레이저 복합기가 사무실의 메인 장비로 보급될 전망”이라며 “이를 둘러싼 마케팅과 프로모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디지털 복합기 국내 시장 전망

구분 2004년 2005년 2006년 2008년

레이저 복합기 95,634 122,842 137,083 156,985

잉크젯 복합기 960,518 1,066,700 1,107,200 1,173,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