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삼성전자·KBS가 최근 중국 웨광 및 웨룽과 지상파DMB 개발 관련, 양해각서를 교환하거나 제휴를 맺은 것은 단순한 DMB폰 수출 계약으로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니다. 중국 측 협력파트너인 웨광과 웨룽은 각각 중국 IT시장을 상징하는 광둥성 및 베이징 지역 휴대이동방송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웨광은 광둥성 지역 방송 관련 업체들이 공동으로 디지털방송 개발을 위해 출자한 회사고, 웨룽은 베이징인민라디오방송국이 설립한 기업으로 올해 초 중국 정부로부터 휴대이동방송용 시험면허까지 받아 놓고 서비스할 DMB 기술을 다양하게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이들 중국 기업과의 제휴는 중국 광둥성과 베이징이 우리나라 지상파DMB 규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시각에서 봐야하는 게 옳다.
우리가 개발한 지상파DMB 기술이 독일에 이어 중국으로까지 수출되는 것으로 대단히 의미 있고 반가운 일이다. 유럽에는 노키아 등이 주도하는 휴대이동방송 규격인 DVB-H가 있고, 중국 광둥성에는 포산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유레카-147에 기반을 둔 지상파DMB 서비스가 시작된 상황에서 우리의 지상파DMB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지상파 DMB 기술이 여타 기술에 비해 품질이나 성능 등 여러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우리 지상파DMB 방송사인 KBS까지 나서 방송서비스 노하우를 제공하기로 한 것은 우리가 기반 기술에서 장비·단말기는 물론이고 방송서비스에 이르는 토털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잘 알다시피 정부와 업계는 그동안 DMB를 ‘IT코리아’의 명성을 이어갈 새 성장동력으로 꼽고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우리가 독자 개발한만큼 기술적으로 자신 있는 데다 시장 개척 여하에 따라 관련 생산·고용 확대 등 경제적 효과 또한 막대하다는 판단에서다. 관·산·연 관계자로 구성된 해외 진출 추진단을 통해 독일·프랑스 등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브라질·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연을 펼쳐 각국에서 우리 연구소 또는 기업과 공동 사업화하기로 합의하는 등 큰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기도 하다. 이번 중국 측과의 협력도 이런 정부와 업계의 지상파DMB 세계화 추진 전략에 따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지상파DMB 분야에서 ‘디지털 한류’가 하나씩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만은 물론이고 성급한 기대 또한 금물이다. 우리가 지상파DMB의 세계 기술표준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선도하려면 넘어야 할 난관과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DMB 산업이 생산 및 고용유발 효과를 통해 우리 경제의 새 프런티어를 여는 차세대 성장동력이 되려면 단말기 업체·DMB 방송사 공동의 시장 개척 노력과 함께 정부의 보다 과감한 지원·육성정책이 절실하다. 미국 퀄컴사에 의존한 CDMA와 달리 독자 개발한 지상파DMB는 우리 스스로 세계시장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털솔루션 제공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국DMB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진다. 또 독일이나 중국처럼 지상파DMB 진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발굴해 거점화하고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사례를 만드는 것도 지상파DMB 해외 진출을 보다 효율적으로 전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무엇보다 우리가 DMB 관련 기술 우위를 계속 유지·확대하려면 방송·통신장비나 수신 단말기 등 하드웨어 측면을 넘어 프로그램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분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 지상파DMB 서비스가 하루 빨리 시작되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활성화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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