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삼보컴퓨터에 ‘파란불’이 켜졌다.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를 명령하고 법정 관리인을 전격 선임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던 삼보컴퓨터의 재기 노력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특히 새로 선임된 법정 관리인인 박일환 고문은 지난 87년 삼보컴퓨터에 입사한 이 후 20년 가까이 삼보와 동고동락을 같이 한 사실상 ‘삼보맨’이라는 면에서 삼보의 재기 작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법원은 이에 앞서 이례적으로 법정관리인을 공개 모집했으며 무려 19명이 지원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만큼 삼보가 IT시장에서 갖는 상징적인 의미와 재기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원지법 파산부도 “경영 지표를 포함한 공장 검증 등 실사 차원의 절차를 거친 결과 아직은 삼보가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지만 법정 관리 신청의 기각 사유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정관리인이 선임되면서 삼보의 추가 구조 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삼보는 이미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경영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ODM· 해외 사업을 축소했으며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국내 브랜드 사업 위주로 체질을 개선했다. 또 ODM 비중 축소에 따른 생산 시설의 재조정을 통해 고정 비용 역시 크게 줄인 상황이다. 이미 보급형 노트북PC인 ‘에버라텍’은 흑자 전환을 이룰 정도로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보는 이 때문에 ‘박일환 체제’를 중심으로 국내 영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그 외 부문에 대해서는 강력한 구조 조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보 회생의 고삐를 쥐고 있는 국내 마케팅과 영업 부분은 대폭적인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안팎의 관측이다.
삼보컴퓨터 측은 “최근 정지 상태에 있던 생산라인을 재가동해 데스크톱 PC를 출고한 데 이어 법정 관리 신청으로 출시가 보류했던 소노마 플랫폼을 탑재한 ‘에버라텍 4200’과 초소형 컬러 노트북 ‘에버라텍 1000’도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법정 관리를 시작한 삼보컴퓨터를 살리기 위한 삼보 대리점 등 안팎의 노력도 빛을 보게 됐다. 삼보대리점 연합회는 이 달 초 이례적으로 전국 9개 주요 권역 600여 개 대리점 명의로 구성하고 삼보의 어려움을 함께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네티즌도 ‘삼보를 사랑하는 모임(삼사모)’을 결성하고 ‘삼보 살리기’ 운동에 나선 바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인터뷰-박일환 법정관리인
“삼보는 이미 한 고비를 넘겨 순조롭게 구조 조정이 진행된다면 회생은 시간 문제입니다”
상임 고문에서 자리를 바꿔 앉은 박일환 법정 관리인(48)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누구보다도 삼보의 애정이 있는 만큼 삼보가 재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관리인은 법원 발표가 있었던 16일 안산 삼보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과 새로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업무준비를 시작했다. 이미 삼보의 주변 상황에 정통해 나름의 자구 노력 계획도 갖고 있다.
“역시 수익성입니다. 돈이 되는 사업 위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게 기본 아니겠습니다. 이에 맞게 인적 혹은 물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삼보 회생이라는 큰 틀에서 원점에서 다시 판단하는 생각으로 일련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는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한 ‘에버라텍’ 노트북을 중심으로 국내 영업과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박일환 관리인은 지난 83년 쌍용에 입사한 이 후 87년 삼보컴퓨터 해외 사업 본부 발을 담그면서 삼보와 인연을 맺었으며 이어 경영혁신팀·국내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03년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으며 올 초에 상임 고문으로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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