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 왔던 이용경 KT 사장이 차기 사장 후보를 사퇴하고, 그동안 부인 일변도의 태도를 보였던 남중수 KTF 사장이 돌연 후보에 가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드러난 인과 관계로는 남 사장이 15일 밤 헤드헌터의 추천을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고 발표한 것이 이 사장 사퇴의 직접적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 식구로 일해 온 남 사장과 마치 대결 국면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데다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KT그룹 내 목소리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이 사장은 KT 안팎에서 ‘용퇴’ 압박을 받아 왔다. 공정위로부터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과 2·28 전화대란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 또 이제는 새 인물에 자리를 내줄 때가 됐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해 “KT가 민영기업임을 보여주려면 내부 직원들이 승진해 사장도 하고 연임도 할 수 있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면서 의지를 꺾지 않았던 것으로 측근들은 전했다.
실제 이 사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사퇴를 밝히며 보낸 e메일에서도 “우리나라 IT산업과 글로벌 정보통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하고 연임이라는 전통을 수립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 심사숙고해 왔다”며 고뇌를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반면 주도면밀한 인물로 평가받는 남 사장이 후보 추천 마지막에 응한 이유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남 사장의 한 측근은 “사실상 이번 아니면 (KT 사장이) 될 기회가 없었다”면서 “이 사장이 결코 유리한 국면이 아니라는 판단도 함께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남 사장의 임기가 내년 초면 끝나는 데다 이 사장이 이번 대권 레이스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 여러 악재를 염두에 둔다면 또 다른 KT 내부인인 남 사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KT를 잘 아는 업계 원로의 의미심장한 변이다.
남 사장의 승부카드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이 사장의 사퇴의 변처럼 변화와 혁신을 중심에 두고 KT의 발전을 위해 매진할 수 있는 인물이 누가 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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