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사업자 투지경쟁을 해라

 주요 기간통신사업자들의 투자비가 마케팅비보다 적은 역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통신사업자들이 투자비를 줄이는 것은 통신업체나 소비자 그리고 통신산업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신규 투자 없이 통신사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처럼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가속되는 패러다임 속에서 통신사업자들이 미래 기술추이에 대응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더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힘쓰기보다는 마케팅에 치중하는 것은 걱정스런 일이다.

 한마디로 후방 산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미래투자를 소흘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케팅비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IT강국인 우리가 유비쿼터스 시대를 선도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갈수록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기술개발이나 신규 서비스 등에 대한 투자 확대 없이는 우위를 유지할 수 없다. 통신사업자들이 눈 앞의 이익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국내시장에서만 경쟁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보다는 넓은 세상에서 경쟁하면서 세계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통신사업자들이 과열 경쟁을 해봐야 해당 업체나 국가에 득 될 게 별로 없다. 후유증만 남을 것이다.

 본지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국내 6대 유무선 기간통신사업자들의 2003년부터 2005년 상반기(추정)까지 실적을 토대로 매출액과 투자비, 마케팅비를 분석한 결과 투자비는 늘지 않은 반면 마케팅비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 6개 업체의 올 상반기 투자비는 1조9220억원인 데 비해 마케팅비는 2조139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투자와 마케팅비가 모두 2조원대를 기록한 이후 역전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이동통신시장 번호이동성제 도입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의 과열 마케팅 경쟁과는 대조적으로 정부가 도입을 추진한 차세대 이동통신, 광대역통합망(BcN), 와이브로 등 신규 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통신사업자들이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지나치게 경쟁을 하는 바람에 중장기 통신사업의 비전도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긴 하지만 소모적이고 제한적이다. 이보다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 다양하고 질 좋은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마케팅비 확대는 일시적으로는 수요를 늘릴 수 있겠지만 근본 처방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질서를 흩뜨릴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부도 일단의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통신사업자들은 IPTV, TPS 등 수익이 될 만한 사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각종 규제로 투자길이 막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감한 투자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투자확대는 최근 심각한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업체 간 마케팅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통신사업자는 기술적 융합을 산업과 연관시켜 시장창출 효과를 확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 공정위의 통신사업자 담합 판결에서 보듯, 규제 위주로 정책이 전환되면 통신사업자의 투자는 위축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통신사업자들의 투자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사항을 파악해 이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시대 아무리 망을 잘 구축해 놔도 그 속의 콘텐츠가 부실하면 가입자는 늘어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실질적인 규제완화로 기업들이 신규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통신사업자들도 과열 시장 경쟁을 그만두고 투자확대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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