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크로비전이 주문형비디오(VOD)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내 통신·방송사업자들에 자사 특허인 ‘VOD 불법복제방지 솔루션’ 사용 명목으로 로열티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매크로비전 측은 전세계 VOD 사업자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국제적인 라이선스 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국내 VOD 시장이 올해 초에야 겨우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을 초기에 장악하기 위한 의도로 판단된다. 국제적인 라이선스 정책에 잘못 대응하면 거액의 비용 지불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이 단순히 대처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 관련 업계가 공동으로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매크로비전이 이번에 국내 통신·방송사업자와 협상하면서 초기 계약금 10만달러에다 로열티로 VOD 매출액의 1%를 지급할 것을 협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막 VOD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국내 사업자로서는 결코 적은 부담이 아니다. 물론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매크로비전이 VOD 불법복제방지 솔루션 분야 기술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 사업자가 내밀 협상카드가 거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통신·방송사업자가 VOD 서비스로 돈을 벌어들일 만한 킬러콘텐츠 대부분이 미국 5대 메이저 영화사 작품인데, 이들 메이저가 공급 조건으로 매크로비전의 솔루션 도입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통신·방송사업자들이 VOD 서비스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5대 메이저 작품을 들여올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매크로비전이 요구하는 로열티 조건을 고스란히 들어 줘야 하는 형편이다. 그것도 5대 메이저 작품으로 인한 매출뿐만 아니라 여타 콘텐츠로 벌어들인 매출까지 포함해서 일정 부문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VOD 사업을 확대하려는 국내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은 원가부담 가중으로 경영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로열티 부담을 수요자에게 전가할 경우 영업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돼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기술전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IT업체를 대상으로 외국계 특허 라이선스 기업들의 공세가 부쩍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쟁국의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공격적 특허 방어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시장이 확대되기를 기다렸다가 로열티 협상을 요구하는 이른바 기회포착형 특허협상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매크로비전의 VOD 불법복제방지 솔루션 사용에 관한 로열티 요구도 기회포착형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해 사용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기술의 융합이 가속화하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요즘 나오는 IT분야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복합화·융합화하는 추세여서 특허 라이선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국제 라이선스 공세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을 사전에 마련하는 것은 이제 어느 경영요소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번 매크로비전의 라이선스 공세와 관련, 우리 통신·방송사업자들이 협상정보를 교환해 공동 대응 체제를 모색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묘책이 없다. 특허 라이선스 협상 경험이 부족한 케이블방송사업자에게 라이선싱 및 특허 법률에 대한 정부의 조언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차제에는 IT업체들도 안이한 자세를 버리고 특허공세와 관련해 공동 대책을 수립하는 등 자기 방어에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들은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특허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세심한 전략을 세워 두지 못하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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