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기업의 상품에 배어 있는 품질·가치·성능·디자인 등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할 서비스 품질에 대한 약속을 말해준다.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돼 구매동의를 이끌어 내는 가장 효과적이고도 강력한 글로벌 언어다. 시장 주도기업의 파워는 브랜드에서 나온다. 그래서 때때로 기업 CEO의 능력은 얼마나 강력한 브랜드를 키웠느냐로 결정되기도 한다.
내로라 하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위상을 알려 할 때 브랜드가치를 살펴보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브랜드 가치는 비단 기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가 발표하고 내거는 정책’ 역시 온 국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기업이 내거는 브랜드’와 그 성격을 같이한다.
참여정부의 정책 가운데 ‘기업브랜드’에 필적하는 중요한 ‘정책 브랜드’로 각인된 것으로는 ‘국가 균형발전’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못지않은 중요한 브랜드가 지난해 12월에 나온 ‘벤처활성화 대책’이며 엊그제 그 보완책이 나옴으로써 브랜드 발표가 완성됐다. 그 대강을 보면 벤처패자부활제, 벤처캐피털(VC)의 기업경영권 참여, 정부의 벤처투자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97년 IMF사태 이후 만들어진 국민의 정부가 내놓은 벤처대책 브랜드가 ‘나홀로 창업으로 해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면 참여정부의 벤처브랜드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시장원리에 맡겨 보려는 시도라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기존의 한국 VC의 관행을 감안할 때 벤처 원산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형태를 본떠 VC들에 벤처경영지배권 확보의 길을 터준 조치는 몇 가지 점에서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벤처경영자들이 VC들에 대해 아쉬움 내지 불만을 보이는 것은 기존 VC들의 투자 관행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VC들의 초기벤처에 대해 농부가 씨뿌리는 심정으로 행하는 인큐베이팅을 기대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성공을 목전에 둔 회사에만 투자하는 VC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삼척동자가 봐도 저 회사는 잘된다’고 보이는 회사가 10억원의 자금을 필요로 하면 20억원을 갖다 쓰게 하고 지분을 내놓으라 하는 경우를 사례로 들어 VC의 횡포를 꼬집었다.
VC들이 투자기업을 코스닥에 등록한 후 지분을 정리하는 형식은 투자자금 회수방식의 고전으로 통한다.
그랬던만큼 벤처들이 VC에 대해 좋은 시각을 가지기 쉽지 않음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제2의 벤처브랜드로 ‘미국식 VC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벤처활성화 보완대책’ 브랜드를 내놓은 지난 8일 삼성전자도 제2의 기업브랜드로 기업 아이콘 만들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매진(Imagine)’이란 기업 이미지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운동화의 나이키, 자동차의 벤츠처럼 그 산업분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날 방침임을 천명했다.
지난 99년 ‘삼성 디지털 에브리원스 인바이티드(Samsung Digital Everyone’s Invited)’라는 메시지로 브랜드 이미지 확대에 나섰던 글로벌 기업 삼성은 31억달러였던 브랜드 가치를 5년 만에 125억달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벤처활성화 보완대책’이란 ‘정책브랜드’가 5년 후 어떤 열매를 맺을 것인지는 거의 전적으로 VC에 달려 있다. 참여정부가 새로 출범시킨 벤처 브랜드의 메시지는 ‘VC의, VC에 의한, VC를 위한 벤처생태계 조성’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전자신문,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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