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5달러에 사고, 거리 곳곳의 음식제조기를 통해 무료로 식사를 해결한다.’
과학자 에릭 드렉슬러(1954∼)가 1986년 출간한 ‘창조 엔진(Engines of Creation)’에서 풀어낸 미래 모습이다. 그는 “원자나 분자를 조립하는 기계만 있다면 제조원가는 먼지 값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꿈 같은 삶을 예견했다.
드렉슬러는 원자·분자를 ‘인간에게 유용한 구조’로 조립해 내는 장치(어셈블러)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기존 산업사회 구조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의 제조원가 하락이 구현될 것으로 봤다.
그의 아이디어는 버틈업(Bottom-Up) 방식 나노기술 연구 출발점이 됐다. 버틈업 방식은 수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로 기본 구성물질을 만든 뒤 벽돌을 쌓듯 새로운 구조물을 만들어가는 것. 물질 기능이 분자 단위에서 발현하는데 이를 ‘유용하게 조절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기존 물질에서 출발해 바닥 공간으로 내려가는 톱다운(Top-Down) 방식보다 더 많은 것을 실현하리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어떤 과학자는 버텀업 방식 나노기술을 ‘21세기 연금술’로 여긴다. ‘전에 없던 것’을 만들고픈 과학자들의 오랜 숙원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자신감에서다. 이 같은 자신감은 ‘탄소(C) 다루기’를 통해 구체화했다. 그동안 탄소 원자 구조에 따라 다이아몬드나 연필(흑연)이 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인간에 유용한 플러렌(Fullerene)을 발견했고, 이를 둘둘 말아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해냈다.
과학자들은 플러렌 발견과 탄소나노튜브 합성에 힘입어 △원자 크기 선(회로)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컴퓨터 칩 △몸속 적재적소로 약을 운반하는 로봇 △지구와 우주 호텔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 등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들을 꿈꾸기 시작했다.
사진: 원자 구조 차이에 따른 탄소재료들. 사진 왼쪽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다이아몬드, 플러렌(버키볼), 나노튜브, 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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