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 정부조달시장 뚫으려면

 세계 각국의 정부조달시장이 잇따라 개방돼 유망 IT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정작 이 시장을 공략해야 할 국내 IT중소·벤처업체들의 준비는 거의 전무하다고 한다. 특히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위원회에 양허안을 제출해 놓고 내년 말까지 완전타결을 목표로 정부조달협정(GPA) 가입국들과 동시다발적으로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국내 IT업계는 이런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니 걱정이다. 국제 정부조달시장은 단순히 가격으로 흥정하는 일반 상품시장과 달리 복잡한 절차규정이나 영문서식의 장벽을 넘어야 하는 등 준비를 소홀히 할 경우 공략하기 어렵다. 때문에 자칫 선점기회 상실로 거대 IT수출시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국내 업체들이 국제 조달시장 개방 추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정보 수집 부족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정부의 홍보 미흡이라고 하니 좀더 업계를 배려한 정부당국의 관심과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의 정보 제공과 우리 업계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국제 정부조달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자정부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각국의 요구 규격과 품질만 확보하고 해당 국가의 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정보통신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업체들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만큼 관계 당국과 업계가 제대로 대응한다면 국제 정부조달시장은 앞으로 우리의 큰 수출시장으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현재 자유무역협정(FTA) 정부조달협상을 진행중인 국가가 어디인지, 또 개방 폭과 진입장벽 완화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신속히 알려줘 IT업계가 현지 국가에 맞는 공략 방법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라 최대의 바이어는 정부다. 각국 정부의 조달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15%를 차지하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연간 3조달러 내외의 초대형 시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우리가 협상을 진행중인 20여개 국가의 IT조달 규모만도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여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GPA 비가입국도 정부 간 협상 여하에 따라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만큼 이에 대한 관심 제고도 필요하다.

 세계 정부조달시장은 투명할 뿐만 아니라 한번 계약으로 5년, 10년간 장기 공급권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공신력을 인정받은 기존 거래처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어 신규진입이 어렵지만 일단 거래가 이루어지면 후속거래가 계속되는 속성이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신속한 사전정보와 철저한 준비 그리고 인내를 요구한다. 중앙집중조달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과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필요로 할 경우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어 기관별 구매제도를 파악하고 구매정보를 신속히 입수하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관건이다. 또 아직 자국산 구매성향과 거래패턴의 보수적 경향이 높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신흥거대시장 못지않게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를 가져다 줄 거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부조달시장 개척에 정부와 업계가 공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 주요국의 정부조달시장이 전자상거래화 추세에 있는만큼 이에 대비해 e비즈니스전략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내 정부조달시장의 전면 개방에 따라 우려되는 수요 잠식에 대한 업계의 효율적 대응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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