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철
올 초 통신·방송 통합위 논의가 무르익을 무렵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통신방송구조개편위원회가 6월 전에 설립되면 내년 통방위원회가 출범하겠지만, 7월 이후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부처 개편, 그것도 방송사 규제권을 가진 기관을 개편한다는 데 정치권의 손익계산이 빠질 수 없다. 정치권이 왈가왈부하기 전에 정부가 의지를 갖고 올해 내 매듭을 지어놔야 내년 통방위가 출범할 수 있다.”
5월 말인 지금, 아직까지 통방구조개편위를 출범시킨다는 정부 발표는 없다. 통방구조개편위를 놓고 대통령 소속으로 할지 총리 산하로 갈지 논란만 무성하다.
방송위는 대통령 산하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송위가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인데 어떻게 총리 산하에서 독립기관의 개편 논의를 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반면 정보통신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총리실 산하 기관으로 가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그 사이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당과 야당이 통·방 융합을 놓고 특별위원회를 꾸리는 등 한 발 내디뎠다. 앞으로 사사건건 부딪칠 게 눈에 선하다. 올 초 전문가들의 지적대로라면 통방위 출범은 물 건너간 셈이다.
아무런 결정도, 방향타도 없이 푸른 5월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법·제도를 바꾸는 일이라 한두 달 안에 뚝딱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간이 없다. 앞으로 한두 달 더 지나면 사실상 참여정부에서의 통·방 융합은 없던 일이 될 공산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 때 내걸었던 통·방 융합 공약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다시 질문을 던질 때다. 통신과 방송을 총괄하는 기구가 필요한가. 만약 필요없다면 지금 이대로 족한가. 우리 국가산업 경쟁력을 위해 통합기구가 필요하다면 다시 한 번 자문해 본다. ‘쿼바디스, 통신방송구조개편위원회!’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