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김광태 퓨쳐시스템 사장(3)

(3) TCP/IP 내장 MS 윈도에 타격 

95년 하반기, 나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차기 PC용 운영체제인 윈도95(코드명 시카고)를 출시하면서 인터넷 통신프로토콜(TCP/IP)을 기본으로 내장해서 출시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다름아닌 지난 3년간 매 년 두 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달성해 온 우리의 주력 제품 ‘퓨쳐 TCP/IP’의 수명이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신규사업분야 진출만이 돌파구였다. 신규사업을 무엇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퓨쳐 TCP/IP의 눈부신 성과를 이어갈 수도 있었고, 아니면 퓨쳐 TCP/IP와 함께 퓨쳐시스템도 쇠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위기의 순간과 결단의 순간은 늘 함께한다. 퓨쳐시스템을 경영하면서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이자 가장 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95년 말부터 회사 내·외부의 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 후보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청난 산고 끝에, 비로소 퓨쳐시스템의 차기 사업으로 보안사업이 결정됐다. 보안사업에서도 네트워크 보안을 중심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네트워크 보안으로 결정한 중요한 이유는 다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시장 규모였다.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순간부터 국가와 기업 및 개인은 중요 정보에 대한 보안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안전한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 보안은 가장 핵심적인 보안시장이다. 장차 IT환경이 고도화되어 갈수록 네트워크 역시 고도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네트워크 보안 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둘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지 않는 분야라는 것이었고 셋째는 네트워크 전문기업으로 기존 고객과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 회사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퓨쳐 TCP/IP와 X.25 통신 보드를 개발하면서 쌓아온 네트워크 기술력에 보안 기술을 접목하면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시기에 나는 2V가 향후 인터넷 사회의 핵심으로 대두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됐다. 당시 인터롭 전시회의 화두였던 2V는 가상사설망(VPN)과 인터넷 음성기술(VoIP)을 의미했다. 모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이 두 가지 신기술은 무한한 시장 성장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가운데 내 귀를 번쩍 뜨이게 만든 것이 VPN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인터넷이 기업 업무나 개인 생활, 또 사회 발전에 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엄청나게 확대될 것이라고 까지 예측하진 못했어도 장차 IT 산업 발전에 있어서는 큰 역할을 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인터넷은 공중망이라는 보안상의 약점 때문에 이를 보완해주는 보안 제품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VPN은 일반인은 물론 업계에서도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향후 시장성이 미지수라는 비관적인 평도 있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한다면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세계 1등 기술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 또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퓨쳐시스템의 차기 사업은 네트워크 보안, 그 가운데에서도 VPN으로 결정됐다. 이후 퓨쳐시스템의 성장을 좌우할 최대의 결단의 순간이자, 퓨쳐 TCP/IP 이후 두 번째 터닝포인트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ktkim@future.co.kr

사진: 1999년 과학기술부로부터 가상사설망인 시큐웨이스위트가 IR52 장영실상을 받았다. 왼쪽이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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