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기 기술사업화 속도를 내라

 중소기업 기술사업화 촉진대책이 발표된 지 9개월째인데 아직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제대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산업자원부 제안에 따라 마련한 중소기업 기술사업화 촉진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5000억원 규모의 기술사업화전문투자펀드를 조성해 초기 기술투자 분야의 자금난을 해소해 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술가치평가보증보험 프로그램 마련이다. 이런 대책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대책을 마련해 대통령 직속 중기특위가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했으나 예산 부족과 일부 사업 내용의 재검토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니 안타깝다.

 기술사업화전문투자펀드의 경우 올 상반기까지 펀드 조성을 끝낸다는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운용기관 선정도 지연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올해 한꺼번에 5000억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1000억원씩 5년간 조성할 계획이며 첫해인 올해는 중기청 모태펀드에서 1000억원을 지원받는 것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기청은 “산자부의 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보면 처음 계획처럼 올 상반기 안에 펀드를 조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가치평가보증보험도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기술평가보증과 성격이 유사해 계획대로 추진될지 여부가 유동적이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이 한국의 신용보증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한 상태여서 추진하는 데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도 “기술보증을 이미 기술신보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거시경제를 다루는 재정경제부는 기술가치평가보증보험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처럼 어정쩡한 상태인 데도 불구하고 이 대책을 확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중기특위에서는 추진 사항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무책임한 일이다. 확정 발표한 정책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차질없이 추진해야 정책의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다. 발표 따로 추진 따로 식이라면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중소기업 기술사업화는 중요한 정책이다. 산·학·연에서 땀 흘려 개발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이전하고 이를 중소기업들이 상용화할 때 우리의 기술 수준은 향상되고 산업경쟁력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런 기술사업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기술사업에 장애가 되는 문제점을 정부가 해소해야 한다. 바로 전문투자펀드와 기수가치보증보험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살리려면 기술의 사업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이번 대책이 구호로 그친다면 애써 개발한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해도 이것이 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하면 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이번 정부 대책은 어렵게 기술 개발을 하고도 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론 정부가 기술사업화 전반에 관해 다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또 정부의 이런 조치만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사업화가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우선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는 기업체에 자금을 지원해야 할 것이고, 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 등에 박차를 가해야 중소기업 기술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선결과제다. 중소기업들이 의욕을 갖고 경제 회생에 앞장설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 대책 추진에 속도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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