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아일랜드를 벤치마킹하자

함경북도 남양시의 두만강 맞은 편, 중국 지린성의 간도 지방인 도문시에서 두만강기술학교를 운영하는 필르한 교장이 필자에게 올해 여름방학에 IT봉사단 파견을 요청해 왔다. 조선족 학생들에게 IT교육을 시켜달라고 해서 연구실 학생들과 봉사활동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동포인 필르한 교장이 북한에 소유하고 있는 농장에서 곡물을 재배하고 있는데 농토가 연작으로 인한 산성화로 비료를 주어도 열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다. 곡식이 열매를 맺으려면 비료보다는 유기질 퇴비를 사용해야 하나 북한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며 남측에서 고비용으로 해양투기하고 있는 동물분뇨와 액비를 보내주면 북한의 식량 자급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얘기했다.

 지난 3월 아일랜드 여성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국빈자격으로 방문했다. 아일랜드는 20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고 남북아일랜드로 갈리면서, 북아일랜드해방군(IRA)이라는 테러리스트로 유명했던 빈민농업국이었다. 그리고 대기근으로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해외이민을 떠날 정도로 돌과 감자밖에 없는 유럽의 최빈국이었다.

 아일랜드는 지난 83년 한국과 수교를 맺었다. 당시 아일랜드는 서유럽에서 못사는 나라로 1인당 GDP가 6000달러로 한국과 같았다. 현재 아일랜드의 GDP는 3만6000달러로 영국의 GDP를 앞서고, 서유럽 평균 GDP의 30%를 웃돌고 있다. 15년 사이 아일랜드는 잘사는 나라로 변신했다. 한국이 기는 동안 아일랜드는 날아간 셈이다.

 아일랜드는 90년대 들어서도 선진국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연간 9%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유럽의 소프트웨어(SW) 수도(capital)’라고 할 만큼 성과를 보이고 있는 SW산업의 성장이다. 현재 아일랜드에서는 세계 10대 SW기업 중 7개 기업이 개발하고 있으며, 유럽 패키지SW의 40%, 비즈니스 응용SW의 60%를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그동안 다국적 SW기업의 유치를 통해 대부분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아일랜드 자국 SW기업들도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SW산업의 성공 요인은 바로 해외투자 유치였다. 아일랜드 투자청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성사시킨 해외 기업 유치가 직접적인 경제혜택은 물론이고 자국산업의 육성에 도움을 주는 외부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농사도 되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아일랜드는 SW 인력양성을 통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함으로써 최단기간 내에 선진국이 된 것이다.

 북한도 아일랜드를 벤치마킹하여 지속적으로 해외 유수의 기업을 유치해야만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SW 개발인력을 60만명이나 육성했다고 한다. 과감한 시장개방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동양에서 잘 사는 국가가 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이 성장하려면 SW 및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길밖에 없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자원은 인력이기 때문에 SW개발 고급인력 양성으로 발전의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 북한은 미국 디즈니랜드로부터 원작인 ‘라이온킹’의 하도급을 받아 애니메이션으로 개발할 정도로 능력이 있다. 또 국내 모바일게임 중 히트작품인 ‘독도를 사수하라’도 북한에서 아웃소싱으로 개발된 것이다. SW 및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아일랜드가 SW 하나로 부국이 되었는데 북한은 SW는 물론이고 디지털콘텐츠 개발까지 잘하는 만큼 성장가능성이 더 높다. 북한은 아일랜드와 같이 투자청을 설립해야 한다. 아울러 남한의 수출 마케팅 능력과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 교포들을 통해 과감한 개방으로 투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농토가 산성화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면 아일랜드처럼 SW와 디지털콘텐츠 개발을 강화해 수출할 경우 북한도 동양의 부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남북한이 함께 아일랜드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자.

◆최 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

 ◇통일칼럼 필진이 오늘부터 바뀝니다. 오는 8월 말까지의 새 필진은 △최성 남서울대 교수 △백원인 현대정보기술 사장 △류영달 한국전산원 정보화기획단 수석연구원 △김병주 KT 사업협력실 남북협력담당 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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