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怪·物·傳·說! 몬스터의 유래를 찾아서](5)요정

요정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남성 중심이다. 하나같이 빼어난 미모에 쭉쭉빵빵 몸매를 가지고 있으며 신비로운 날개를 등에 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옷을 거의 걸치지 않는 누드를 선호한다는 점이 남자들에게 환호성을 지르게 한다. 가장 좋은 예가 ‘반지의 제왕’의 엘프족이다. 푸른 눈에 금발 생머리, 군살없는 몸매에 걸친 아슬아슬한 옷 등 엘프는 인간들이 언제나 환영하는 대표적인 요정이다.

영화 ‘피터팬’에서 요정은 새장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크기로 묘사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과 동등한 신체를 가진 것도 있고 거인처럼 매우 큰 요정도 있지만 벌레처럼 작거나 거대한 요정은 왠지 혐오감이 든다. 또 날개 역시 모든 요정에게 달려 있는 게 아니다. 날개가 없는 요정도 있는데 이들은 여행을 떠날 때 브룸이나 말, 풀 조각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요정은 영어로 페어리(fairy), 프랑스어로 페(fe)라고 하는데 모두 라틴어의 파툼(fatum: 운명의 여신)에서 유래됐다. 그들은 매우 다양한 신화와 민화에서 등장하는데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와 강, 언덕, 숲 등에 사는 님프도 요정이다.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는 반은 여자, 반은 새의 모습을 한 세이렌이 있으며 페르시아 신화의 페리나 슬라브민족의 바바 자가, 스칸디나비아의 트롤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를 자랑한다(트롤은 요정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지만 큰 범위에서 요정이라고 본다). 아일랜드에 전해내려 오는 레프러콘은 언제나 한쪽 구두만 만들고 있는 구둣방 요정이며 밴시라는 요정은 곧 죽을 사람의 옷을 빨면서 강가에서 슬피 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도 요정은 무수히 등장한다. 평생동안 인간의 집에 숨어 살며 그 집안의 일을 도우는 코볼트가 대표적인 예다. 뾰족한 빨간 모자와 푸른 옷을 입고 둥근 눈과 귀를 가지고 있는 코볼트는 ‘해리 포터’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만화 ‘베르세르크’에 등장하는 켈피도 요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주로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출몰하며 여행자를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가 목숨을 끊는 악한 존재다.

이 외에도 요정은 팬터지 세계관을 가진 게임이라면 무조건 등장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선악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게임 기획자는 요정을 선한 NPC로 표현하거나 악한 몬스터로 등장시키기가 수월한 편이다. 하나의 게임에서 장소에 따라 NPC나 몬스터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요정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보통 자연의 창조물로 간주한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요정은 자연이 창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입장에서는 이브의 숨겨진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현대 성서에 나오는 내용은 아니지만 고대에 기록됐다는 내용을 보면, 어느날 하느님이 요정을 발견하고 화가 나 이브에게 “너는 아이들을 나에게서 숨겼으므로 나 역시 너의 아이들을 너에게서 숨길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요정을 볼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요정은 인간이 친절하게 대하면 정성을 다해 잘 보살펴주지만 조금이라도 화가 나면 심한 보복을 자행한다. 밤새도록 잠을 못 자게 하고 물건을 훔치거나 농작물을 모조리 죽여 버린다. 심지어 아이를 유괴해 부모들의 마음을 찢어 놓기도 한다.

 요정은 인간처럼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른다. 인간의 마음과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해악을 끼쳐도 단순히 ‘장난’이라고만 여긴다. 그래서 팬터지 소설을 보면 여러 종족들이 파티를 이뤄 여행을 떠나면 항상 관심의 대상은 요정이다. 경우에 따라서 그들은 파티원을 사정없이 배신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요정은 100% 상상속의 존재다. 흡혈귀나 늑대 인간, 좀비 등은 현실성이 강하고 역사적 사건이 일부 기록돼 있지만 요정의 존재 증거는 없다. 과거에 요정 사진을 찍었다는 아이들이 나타나 이슈를 모은 사건이 있었는데 모두 가짜로 판정된 적이 있었다.

종이를 사람 형상으로 잘라 창문과 화분에 붙이고 성능 떨어지는 카메라로 찍어 일부러 흐리게 현상했던 것이다. 또 17세기에 스코틀랜드의 픽시라는 섬에서 인간의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작은 뼈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었지만 20세기 들어 새롭게 조사한 결과 바다새와 작은 포유동물의 것으로 판명돼 아쉬움을 줬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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