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미터(십억분의 1m) 크기의 초미세구조를 갖는 소재, 부품 및 시스템을 만드는 나노기술 분야는 글로벌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21세기 신기술이다.
10년 이내 1조달러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나노기술 분야에서 최근 새로운 이슈가 전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바로 이 분야의 표준화 추진을 위한 도화선에 불이 댕겨진 것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약 30억달러의 정부예산이 나노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되고 있는 실정에서 이제는 기술개발과 더불어 용어, 안전성, 시험·평가, 측정·분석, 제조공정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친 표준화를 위한 작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나노기술은 전자, 소재, 의약, 에너지, 통신 등 거의 모든 기술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해 인류문명의 혁명적 변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으며 과학기술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만한 파급력이 점쳐진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나노기술 표준화 움직임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노기술의 표준화가 필요한 것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수준이 현재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일반적인 척도에서 벗어남에 따라 그것을 이루고 있는 핵심적인 특성을 측정하고 공정을 제어하는 데 초고정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임계 스케일이 원자크기 수준에 다가갈수록 오차 허용범위는 훨씬 줄어들고 난이도는 더욱 증폭된다.
이에 따라 나노기술의 특성 평가 및 제어시스템 보정 등을 위해서는 기존의 틀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슈들이 현재 우리가 나노기술 표준화가 필요한 시점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노기술에 대한 표준화는 시장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의 발달을 도울 표준 개발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유전자 산업이 세계적으로 도덕적·윤리적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듯이 나노산업 또한 표준 개발의 모든 단계에 존재하는 위험과 사회적 이슈를 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을 주축으로 구성되고 있는 글로벌 표준 공동체는 나노기술에 대한 확실한 표준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기술개발 및 적용에 앞장서고 있음을 널리 알리고 있다.
유럽표준위원회(CEN)의 나노기술분야 전문가들은 나노기반기술의 발전에 따라 해마다 전세계 에너지 소비를 10% 줄일 수 있으며 정보기술과 나노기술의 결합을 통해 세계 시장에 700조유로만큼의 부를 창조해 낼 것이라고 추정한다. 나노기술의 발전에 따른 파급효과가 커짐에 따라 연계된 표준의 개발 및 보급 등에 대한 중요성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기술적, 경제·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따라서 이 모든 분야에서의 파급효과를 ‘묘사할 수 있고’ ‘측정·평가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는’ 규제 역할로서 표준화가 동반 추진되어야만 바람직한 나노기술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올해를 나노기술 표준화 추진을 위한 원년으로 지정해 나노 표준화를 서두르고 있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나노기술표준화위원회(가칭)’를 연내 설립해 국내 나노기술 산업 현황 및 국내 시장규모 등을 파악하고 나노기술 표준화 로드맵을 작성할 계획이다. 선진국과 국제표준화 분야에 있어 기술적·외교적 관계를 긴밀하게 하고 국제공동연구를 통한 신기술 개발 및 표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나노기술의 표준화에 대한 대국민 인식제고, 전문인력 양성, 나노기술 산업체의 지적재산권 보호 등도 병행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후 선진국들은 신기술 분야에서 자국의 표준안을 국제 표준으로 채택시키기 위해 표준화 정책에 관심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전세계적인 경제공동체의 흐름을 통해 ‘표준을 주도하는 자가 시장을 주도한다’는 원칙이 발견되고 있다. 나노기술을 이용한 첨단 제품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표준이 빨리 결정될수록 개발기술의 제품화를 앞당길 수 있고 표준에 따라 그 분야의 제품화 방향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김익수 산자부 기술표준원 소재부품과장 iksoo@at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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