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업체들이 지역의 정보기술(IT) 관련 프로젝트에서 소외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5억∼10억원의 프로젝트에는 물론 1억원 이하의 소규모 프로젝트에서조차 수도권 기업들의 참여가 잇따르면서 지역 IT업체들이 지역 프로젝트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업체들은 기술 축적은 고사하고 수도권 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영세성이 심화되고 있다.
◇왕따 당하는 지역 업체들=최근 발주된 지역의 프로젝트들 가운데 지역에서 낙찰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산이나 광주와 대전은 물론 그동안 지역 업체 위주였던 대구·경북 지자체들의 프로젝트마저 수도권 업체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는 시내버스 개혁의 핵심사업으로 추진중인 버스운행관리시스템(BMS) 사업을 자체심의해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지난 달 조달청을 통한 공개입찰로 넘겼다.
경북도도 최근 5억원 규모의 전자태그(RFID)를 이용한 농산물이력관리시스템을 다른 지역 업체에게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풀었다. 이 지역 IT업체 관계자는 “사업비가 적어도 RFID분야 신규사업이다 보니 수도권 대형업체들이 서로 넘겨다 보고 있다”며 “이번 사업에는 명함조차 못 내밀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10억원 규모의 글로벌IT교육센터 구축 프로젝트를 조달로 보냈다. 부산에서는 이미 APEC 관련 프리젠테이션자료(8000만원 규모)를 비롯해 상수도 사업본부 CI용역(1억2000만원 규모), 부산·진해 자유경제구역청 CI(7000만원 규모), 8000만원 규모의 해운대구청·중구청 등의 CI 프로젝트들이 수도권 업체들에게로 돌아간 바 있다.
◇하청업체로 전락=올해 초 전북의 한 공공기관이 발주한 5억원 가량의 IT 프로젝트는 외형상 서울 업체와 지역업체의 컨소시엄으로 돌아갔지만 사업비 60% 이상이 서울 대형업체의 몫이었다. 광주시의 산하기관 홈페이지 등 정보화 구축사업도 비슷한 경우다.
이처럼 외지 대형업체들은 40∼50% 이상의 사업비를 공제한 뒤 지역 업체에 넘기는 게 관행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거리를 놓친 지역 IT업계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사업을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원인은 뭔가=현행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는 대기업인 소프트웨어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금액의 하한선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도권에서만 해당될 뿐 지역의 해당사항이 아니다. 지역 발주처들이 ‘공정성’을 앞세워 지역제한 없는 발주나 조달청으로 넘기는 형식을 선호하고 있는데 이 경우 대부분이 수도권 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역업체는 재주만 부리는 곰 신세가 될 것이 뻔하다. 다른 지역 업체의 경우 대구 실정에 맞지않는 시스템을 도입할 우려도 적지 않다”는 지역 업체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BMS를 조달청에 공개입찰한 이유는 자체적으로 업체를 선정할 경우 각종 의혹에 휘말릴 수 있어 시스템 도입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IT업계 관계자는 “서울 등 외지 업체가 지방으로까지 진출해 영업하고 있는 데다 지방 공공기관들도 지역 업체를 불신하면서 지역 IT업체의 설자리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지역 SW업체의 한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보다는 대형업체의 하청업체나 장비 및 프로그램 판매대행 업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제한 규정 마련을”=지역 업체들은 지역기업의 자생력을 살리기 위해 지역 발주 사업에 대해 지역제한 규정을 둘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정부에서 지역을 제한하지 않도록 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발주하는 정보화 관련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지역 제한에 어려움이 많다.
전문가들은 지역업체 우대항목을 두어 지역업체를 참여시킨 컨소시엄에 가산점을 주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지적한다. 지역에서 발주하는 소규모 정보화 사업에 대해서는 가급적 지역 업체들에게 많은 몫이 돌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지역 업체들 스스로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에 주력하는 것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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