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장동력 평가 새 출발점 계기로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과 관련해 1년간의 추진 성적표가 나왔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 기본 방향인 ‘5년 내 출시 가능한 제품의 기술개발과제’에 초점을 두고 종합비교(상대)평가한 결과 10대 사업 가운데 디지털TV·방송, 디스플레이 사업은 최고 평점인 S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바이오 신약·장기, 차세대 전지, 지능형 홈네트워크 등은 가장 낮은 B평점을, 나머지 5개 사업은 우수한 A평점을 각각 받았다.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 이르기 위해 국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해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성과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또 그 결과에 따라 예산이 배분되는 것은 기본이다. 이번 10대 사업 평가 결과는 이런 점에서 앞으로 사업별 정부 지원 규모를 가늠케 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위원회가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추진 방향 및 예산 재편성 계획을 심의·확정할 예정이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문제는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번처럼 상대평가를 하는 경우 객관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를 위해 사업별로 선발된 민간 전문가와 한국과학기술평가원 관계자 등 24명의 평가위원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각 사업의 추진 성과 발표를 듣고 ‘상대평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나름대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할 수 있다. 또 10대 성장동력 사업을 한자리에 모아 추진 성과뿐만 아니라 현실 과제, 앞으로의 비전을 종합적으로 조망해 보고 중복과제를 조정하는 기회를 가졌다는 측면에서 결코 의미가 작지 않다.

 하지만 출발 시점이 다른 사업을 동일선상에 놓고 똑같은 조건으로 비교평가하는 것은 분명 공정하지 못하다. 디지털TV 송수신 기술, 평판 디스플레이 요소기술 등은 차세대 성장동력 선정 이전부터 이미 활발하게 연구됐고 탄탄한 기술 기반까지 갖춘 상태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여타 사업과 동일하게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나 디지털TV 등 역동적인 시장 환경에 힘입어 기술개발 성과가 우수한 분야와 바이오 신약·장기처럼 단기간 내 제품화가 어려운 분야를 동일한 조건으로 상대비교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여기에 차세대 성장동력 주관 부처별로 1개씩 최하 평점을 반드시 주도록 규정한 것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녀야 할 상대평가에 흠집을 내는 사안이다.

 여기서 10대 성장동력 사업 평가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10대 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방향이 좀 더 명확하게 정해지고,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제대로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새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점을 받은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이 축소되고 사업방향이 수정되거나 10대 성장동력 사업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평가 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것이 옳다. 바이오 신약·장기 사업이 5년 내 출시 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어렵고, 아직 기초·원천 연구단계에 있다는 평가는 10대 성장동력 사업 선정 때부터 이미 예상됐던 사안이다. 때문에 사업 초기 충분히 다듬을 수 있었던 문제를 사업 시행 도중에 끄집어내어 사업 방향을 재검토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10대 성장동력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이번 기회에 고급 연구인력 확보와 참여 기업의 의욕을 고취하는 데도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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