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애니메이션은 제작기술 면에서 외부로부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4·26아동영화촬영소가 수많은 외국 작품 제작을 주문받아 외국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남한 언론들도 이를 받아서 “4·26아동영화촬영소는 외국 영화사로부터 제작 주문을 받을 정도로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식으로 보도해 왔다.
4·26아동영화촬영소는 북한 유일의 대규모 애니메이션 제작시설이며 북한 애니메이션계를 대표하는 까닭에 이 같은 평가는 곧 북한 애니메이션계에 대한 평가를 의미한다. 이 촬영소는 언론들의 보도처럼 1985년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일본 등으로부터 하도급으로 일감을 수주하거나 합작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의 평가는 언론매체들의 이 같은 평가와 크게 엇갈린다. 이들은 북한 애니메이터들이 견문이 적기 때문에 연출이 구태의연하고 시대감각에 크게 뒤떨어진다고 진단한다. 북한이 자랑하는 ‘소년장수’나 ‘령리한 너구리’의 최신작에 대해서도 남한에 비해 20년, 많게는 30년 정도 뒤떨어졌다고 이들은 혹평하기도 한다.
이처럼 상반된 견해 중에서 비교적 진실에 가까운 평가는 무엇일까. 북한과의 애니메이션 합작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 많은 현실에서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기술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합작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민족네트워크는 작년 한 해 동안 수차례 평양의 애니메이터들을 대상으로 원화 및 동화 작화, 채색 등 대부분의 공정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중 원화 작화는 가장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므로 그 테스트 결과가 제작기술 수준 파악에 근사치를 제공해 줄 것이다. 평가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캐릭터 등에 대한 작화 능력은 비교적 좋았다. 둘째, 동작 연출 속도에는 문제가 많았다. 동작이 느리다가 빠를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일률적인 속도로 동작케 한 점이 큰 단점이었다. 연출감각에 문제가 있었다. 셋째, 타임시트에 나타나는 영어식 용어들을 해독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시트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작화상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넷째, 경제적 연출법을 등한시하거나 아예 무시했다. 어떤 경우 남한에 비해 원화를 7∼8배나 많이 그려 제작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물론 이를 북한 애니메이터들의 전반적인 수준이라고 단정할 길은 없다. 그러나 이것이 애니메이터들의 일부 현상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해외 OEM물 제작에 이들을 곧바로 활용할 수는 없다.
민족네트워크의 평가자들은 북한 애니메이터들이 유럽 국가의 OEM을 맡아 했다고 하더라도 타임시트에 의한 작업이 아니라 콘티 작업 위주로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평가자들은 애니메이터들이 모두 4·26아동영화촬영소라는 동일 기관에서 근무하다 보니 시트 외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많아 규칙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았을 것이고, 사회주의 국가의 일반적인 특성을 감안한다면 제작비 절감에 대한 요구가 적었을 것이라고 유추했다.
실상이 어떻든 남한 등 대부분의 국가가 주로 시트에 의해 OEM 작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는 남북 합작을 위해 북한의 애니메이터들을 투입할 때 반드시 사전교육을 거칠 필요가 있다. 다만 콘티에 의한 메인 프로덕션 제작시에는 교육이 없이도 비교적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 등에 대한 작화 실력이 좋고, 동작이 자연스럽다는 점이 그 근거다. 여러 국가나 스튜디오에서 분산 제작하는 TV 시리즈물보다는 1개 스튜디오에서 감당하기 좋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훨씬 좋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 (민족네트워크 대표) 4le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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