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38) KTH의 게임사업본부장은 쾌활하다. 처음 대면하는 사람에게도 농담을 던지며 웃음을 유도하고 스스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도한다.
심각한 사업에 대한 주제을 논할 때도 유머를 살짝 곁들이며 미소를 잃지 않는 김기영 본부장은 또한 겸손하다. 자신이 직접 건진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이 순탄한 항해를 지속하고 있지만 오만한 기색은 전혀 없다. 잘 웃지만 신중하고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이 사람이다.
김 본부장은 유명한 광고대행사 오리콤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에서 ‘세트’라는 통계 프로그램을 짜며 통계에 대한 컨설팅 자문도 겸임했다. 본인의 말을 빌리면 “컨설팅과 개발의 어중간한 위치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러다 KTH의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KTH와 인연을 맺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눌러 앉았다.
만년 대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그가 주목받은 계기는 아이디스크을 담당하면서(일종의 웹하드)였다. KTH의 여러 부처를 전전하던 김 본부장은 사내벤처 아이넷에 관심을 가졌다. 아이넷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가 주목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드림라인에서 서비스하던 아이디스크였다.
하지만 그 당시 아이디스크는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고 네티즌들의 호응도 없어 1년이 지나 폐쇄되고 말았다. 김 본부장의 실력이 발휘된 것은 그 때부터였다. 그는 아이디스크 사업을 가져와 클럽(커뮤니티) 기능을 첨가하는 등 전면 리뉴얼 작업에 착수했다.
간편한 사용, 보기 드문 대용량, 커뮤니티 시스템 등을 하나로 묶어 2001년에 다시 공개했다. 결과는 말 그대로 대박. 유사한 서비스가 이미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월 평균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아이디스크는 지금도 KTH의 주요한 사업 중 하나로 해가 넘어갈수록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 ‘프리스타일’ 한 눈에 반해
아이디스크에서 손을 떼고 파란의 게임사업본부장을 담당하면서 그는 게임을 잡기 위해 구두굽이 닳도록 돌아 다녔다. 그러다 한 눈에 반한 작품이 바로 ‘프리스타일’이다.
“처음 ‘프리스타일’을 봤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추어가 즐기는 농구 그 자체였으니까요. 학창 시절 한 번이라도 농구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정제되지 않았지만 자유롭고 재미있는 농구죠.”
‘이거다’ 싶었던 김 본부장은 ‘프리스타일’을 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쉽지 않았다. 타 퍼블리셔들과 경쟁하는 것은 둘째치고, 개발사인 JC엔터테인먼트에서 독자적인 서비스를 강력히 원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파란과 조이시티 양쪽에서 서비스하는 보기 드문 구도가 만들어졌지만 현재 약 6만명의 동접을 기록하며 쾌속 순항 중이다. 며칠 전에는 서버를 2대 더 증설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 유저가 너무 빈약한 것. 온라인 게임은 남녀의 비율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장수를 누리는 법이다. 김 본부장도 여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여성 유저를 유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데 여성 전용채널이나 여성 게임대회 등 일반적인 방법부터 획기적인 아이디어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익보다는 브랜드 가치가 더 중요
그런데 파란의 게임사업부 하반기 핵심은 의외로 온라인 게임이 아니였다. 한 번 대박의 맛을 보면 유사한 게임을 다시 찾을텐데 그렇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하반기에 주력할 사업은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보드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2∼3개의 게임을 살펴 보고 있습니다. MMORPG는 할 생각이 없고요. 캐주얼 게임 위주로 보고 있어요. 그러나 하반기에는 무엇보다도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보드 게임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KTH의 성격상 휴대폰과 PSP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고 파란에서 이를 지원할 게임이 확보돼야 한다. 따라서 간편하고 짧은 시간 내에 쉽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보드 게임이 통신 사업 관계자 사이에서 대두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파란의 입장에서 볼 때 온라인 게임으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유저를 끌어 모아 전체 회원수를 늘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희는 게임으로 돈을 안 벌어도 됩니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고요. 그런데 ‘프리스타일’이 매출을 올리고 있어서 사업의 방향이 바뀌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그는 윗분들의 생각이 ‘게임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로 변하면 곤란하다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 자신이 할 일은 기초 공사
김 본부장은 게임에 대해 잘 모르고 게임 플레이도 못하는 ‘게임치’라고 털어놨다. 게임사업본부를 총괄하면서 게임을 너무 몰라 걱정이 돼 유명하다는 게임들을 접해봤는데 도통 재미가 없더라는 것. 재미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하니까 꾸준히 할 수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김 본부장은 두가지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먼저, 리더가 게임을 너무 잘 알아 오히려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에 게임 문외한의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어 다행이고, 또 파란의 게임들이 안정된 자리를 잡기 위한 터전 마련이 자신의 몫이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많은 게임 개발사와 유통사 중에는 리더가 게임을 너무 잘 알아 실패한 회사가 적지 않다. 오히려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게임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는게 사실이다.
김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만, 파란이든 파란의 게임이든 유저들이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더 바랄것이 없습니다. 즐거운 생활을 위한 도구로 만들어진 것들이 역으로 스트레스를 주면 안되는 거 아닐까요?”
<김성진기자@전자신문,harang@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p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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