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 10주년 기획](4)만들어진 기회, 몰려오는 위협

 종주국임을 자부하던 온라인게임시장에도 외풍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5000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산업 기회가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외국 기업 및 외산 게임들의 ‘태클’이 만만치 않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더없는 기회의 시장이자, 위협 요소다.

지난해 연말 한중 양국의 게임업계를 강타했던 중국 샨다네트워크의 액토즈소프트 인수가 단적인 사례다. 사실상 샨다는 액토즈소프트와 관계사 위메이드가 공동개발한 한국산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의 배급을 밑천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나스닥에까지 상장돼 2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출발점이 바로 한국산 게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샨다가 엔진을 달아준 한국 업체를 도리어 삼켜 버렸다.

샨다는 현재 6개의 한국산 온라인게임을 중국시장에 배급·유통하면서 눈덩이 처럼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한국의 지배사업자 2∼3곳을 한꺼번에 살수 있을 정도의 자금력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지난 2000년 수십명으로 출발한 회사가 5년만에 1000명이 넘는 나스닥기업으로 커가는 동안 하나둘씩 한국과의 악연도 불거지기 시작한다.

샨다는 현재 위메이드로부터 중국 북경인민법원과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중재소 두곳에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에 걸려있다. 위메이드가 만든 ‘미르의 전설2’가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70만명을 넘기는 초유의 히트를 기록하자, 샨다는 ‘미르의 전설2’를 교묘히 손질한 ‘전기세계’를 시장에 내놓는다. 이후 전기세계는 동시접속자수가 50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게 됐다.

샨다와 위메이드의 질긴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위메이드가 아라IDC에서 인수해 서비스중인 ‘포레스티아이야기’의 판박이 게임이 샨다에 의해 ‘몽환국도’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져 오픈베타서비스중이다.

참다 못한 위메이드는 중국에 게임 개발사를 직접 설립해, 자사 게임의 서비스 및 퍼블리싱까지 전담하게 하는 방안을 극비리에 추진하고 나섰다. 중국의 ‘베끼기’ 관행은 ‘불법서버’ 문제와 더불어서 한국 게임업체에게 천형처럼 씌워진 두가지 악재다. 지난해 ‘차이나조이2004’를 찾은 한국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전시장 한 곳에서 놀라운 일을 목격했다. 한국의 ‘메이플스토리’와 똑같은 온라인게임이 ‘쾌락서유’라는 중국말 버전으로 만들어져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운 일은 이 게임이 넥슨이 중국어로 현지화해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더나인닷컴이 만들어 서비스한다는 점이다.

불법서버 문제도 겉으로는 중국 정부차원에서 대대적 단속이 이뤄지는 것 같지만 뒷전에서는 점점 더 대형화, 기업화돼 가는 추세다. 심지어 몇몇 한국게임은 상용화되자 마자 불법서버로 인해 서비스를 내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어렵사리 수출계약이 맺어졌다가도 계약이 파기되는가 하면, 간신히 서비스를 열어도 불법서버들이 들러붙어 쑥대밭을 만들어 놓기 일쑤다. 그동안 암약하던 불법서버가 마치 합법적인 비즈니스모델 처럼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 게임업계에선 “중국이 한국 기업들에게 돈을 가장 많이 벌게 해주는 국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조용히 갉아먹고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는 말이 회자된지 오래다.

기업들의 공세와 함께 외산 온라인게임의 공세도 파고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말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신호탄 처럼 쏘아올려지자, 올들어 줄줄이 외국작의 국내서비스가 밀려들고 있다.

블리자드는 내달 미국에서 개막되는 E3에서 ‘스타크래프트고스트’를 선보이고, 텃밭처럼 형성된 한국시장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일본 PC·콘솔게임 명가 코에이가 만든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한국 상륙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해양을 무대로한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이 처음인데다, 기존 PC버전 고정팬들이 많아 국내 게임시장에도 적잖은 충격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최대 게임개발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는 한국적 흥행성에 맞아떨어지는 ‘스포츠’와 ‘1인칭슈팅(FPS)’을 내세워, 온라인부문에서 전세계적인 시험에 들어간다. ‘피파 온라인’과 ‘메달오브아너 온라인’을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 올 연말쯤 선보일 예정이다.

소니의 온라인게임 개발 전문 미국현지법인인 소니온라인엔테테인먼트(SOE)가 개발하고, 감마니아가 한글화 작업을 맡은 ‘에버퀘스트2 이스트’의 한국내 서비스도 임박했다.

한국 서비스를 맡은 감마니아코리아가 모집한 1차 클로즈드베타 테스터 모집에는 5000명 정원에 12만명이 물려드는 대성황을 이뤘다. 다음달 안에 추가적인 클로즈드베타서비스를 진행다는 계획이다. 전작 ‘에버퀘스트’의 처절한 실패가 가져다준 교훈을 바탕으로 한국적 게임성과 재미 요소를 충분히 담았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관심이 크다. 이 처럼 국적 불문의 전면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느긋하게 ‘만고강산’을 목놓아 부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박스­한국게임산업 SWOT 분석

◇Strength(강점)

한국 온라인게임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반은 ‘인프라’와 ‘사람’에서 만들어졌다. 세계 최고의 초고속 기반 인프라를 조기에 확보함으로써,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온라인 기반 기술을 갖추게 됐다. 온라인이란 게임 플랫폼을 처음으로 제안하고, 가장 성공적으로 상용화시킨 것이 바로 한국이다. 중국, 일본, 미국 등이 무서온 속도로 따라오고 있지만 여전히 MMO(Massively Multi-player Online)에 관한한 한국이 발상지이자 최고의 선진국이다.

이와 함께 최고급의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꼽을 만한 해외 개발사들이 온라인게임의 전세계 ‘테스트베드’를 한국으로 잡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뛰어난 감각과 폭발적 응집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겜티즌’들이 온라인게임의 지도를 직접 그려가고 있는 셈이다.

◇Weakness(약점)=산업 전체에 대한 일종의 ‘로드맵’이 불완전하다. 벌써 30∼40년씩 경험을 쌓아온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산업화 역사가 짧다. 온라인의 특성처럼 짧고, 뜨겁고, 빠른 측면은 충분히 가졌지만, 그만큼 기반이 약하다. 그러다보니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나가는 온라인게임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도, 이들의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블리자드나 EA, 닌텐도, 코에이 등에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다. 플랫폼 ‘편식’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전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비디오게임에 유난히 약한 것도 한국이 가진 약점이다. 온라게임에 대한 확실한 성장 로드맵을 갖지 못하면, 곧 경쟁국에 추월당할지도 모를 위기로운 상황이다.

◇Opportunity(기회)=중국을 비롯해 동남아국가 등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의 선도적 이미지가 확고히 굳혀져 있다는 점이다.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초고속 기간망 초기에 있는 국가들로부터 특별히 환영받고 있는 것도 내세울만한 자랑거리다. 현지 개발사 또는 해외 유수의 업체들이 달려들기 전에 이들 시장에 대한 선점권을 확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미, 유럽 등지로의 진출 또한 활발하다. 이들에게 전혀 생소한 분야인 온라인게임이 인프라가 퍼지는 속도에 비례해 시장성을 키워가고 있다. 역시 기회는 ‘해외’에 있다.

◇Threat(위험)=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미국, 일본 등 게임대국의 공세다. 온라인에 눈뜨기 시작한 이들이 막강한 고유 콘텐츠를 온라인에 잘 접목만 시킨다면 커다란 시장잠식이 불가피하다. 시장에서의 기득권을 최대한 빠르고, 공고하게 쌓아야한다.

이와함께 중국 정부의 견제도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자국게임 활성화라는 미명아래, 중국정부는 사실상 게임 도용조차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산 온라인게임에 대한 중국 서비스는 이중삼중으로 규제하면서, 자국 업체의 기는 한껏 살려준다는 방향이다. 막대한 인력과 자금력으로 개발분야 조차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기도 하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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