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이 와이브로 사업권 포기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회사명을 바꾸는 등 이미지 개선에 노력하고 TPS 추진, 두루넷 인수 성공 등 승승장구하던 분위기는 크게 꺾였다. 3개월 만에 하나로텔레콤의 말바꾸기는 극단을 오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일 곤두박질치던 주가는 이날 모처럼 7%나 올랐다. 하나로텔레콤의 와이브로 사업 포기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엿보인다.
이날 하나로텔레콤의 발표는 외자의 절대적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사실 하나로텔레콤은 유무선 융합이 대세로 인식된 시장에서 와이브로가 필요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초고속인터넷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와이브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설명까지 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이미 SK텔레콤과의 공동망 구축 계획에도 합의한 바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 망 구축 전략과 서비스 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와이브로 사업 포기를 갑자기 발표, 사업 활성화를 기대했던 기지국, 중계기 장비 및 콘텐츠를 개발하는 중소·벤처 기업은 하루 아침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와이브로는 국내 기술로 개발됐고 기술이 개방돼 있어 중소·벤처 기업의 참여 공간이 어느 기술보다 넓다. 그러나 외자는 수익이 중요할 뿐, 신규 서비스 도입에 따른 기업과 기술의 가치사슬은 고려하지 않는다.
회사의 상황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신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온 하나로텔레콤 경영진은 비판의 과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정보통신부도 갈수록 악화되는 통신 사업자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IT839 서비스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과당 경쟁으로 내몰아 결국 사업권을 포기하게 하는 상황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정통부가 WCDMA, DMB, 와이브로, 인터넷전화 등의 시장에서 상충가능성 있는 기술을 한꺼번에 도입,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에게는 과도한 요금 부담을 지우고 사업자에게는 갑작스런 몰락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정통부와 사업자 모두 사업권 및 시장 확보 경쟁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 되짚어봐야 할 때다.
IT산업부=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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