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린 사람과 맞은 사람이 똑같이 매도당할 순 없습니다.”
지상파 4사의 참여유보로 광대역통합망(BcN) 시범사업이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게 됐다는 기사가 나가자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산원 관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방송위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는데 왜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 가느냐는 것.
정통부 관계자는 “BcN 시범사업은 지난해 2월 국무총리실에서 주관한 범정부 정보화추진위원회에서 승인을 얻은 것”이라면서 “그 때에는 별말 없다가 이제서야 갑자기 IPTV는 방송이어서 방송위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시범사업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힐난했다.
지난 6개월여간의 토의를 통해 세부 사업계획서까지 마련했던 지상파 4사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데는 방송위가 규제권을 내세워 압력을 행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통부와 전산원 측의 판단이다.
반면, 방송위는 “당초 BcN 시범사업에는 IPTV 등 실시간 방송에 대한 것은 없었다”면서 “정통부와 KT 등 통신사업자들이 사전 협의도 없이 시범사업 영역을 확대했다”고 맞받아쳤다. 나아가 IPTV가 방송인만큼 직접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사업자들을 모집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통부는 “방송 신기술 검증은 방송법 92조에 명시된 정통부의 역할”이라며 IPTV 역시 시범사업 내용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번 사안은 국무조정실 멀티미디어정책협의에 추가 안건으로 상정돼 또다시 언제 결론날지 모르는 지루한 조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IPTV 정의에서부터 시범사업의 영역범위 규정에 이르기까지 양 기관 간 이견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이 자신들의 혈세로 예산까지 배정받은 정부 시범사업이 정부 기관 간 이견으로 중도하차할 위기에 놓인 상황을 접하게 되면 얼마나 한심스러울까. 차세대 네트워크를 통해 HD급 디지털방송과 양방향 데이터 방송을 제공, 새로운 시장과 기술을 검증하고 싶었던 지상파 4사 역시 기회를 박탈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에야말로 정확하게 심판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통부와 방송위 관계자들의 하소연 아닌 하소연이다. 부처 간 영역 다툼에 피해를 보는 건 애꿎은 국민이란 사실을 고려한다면 두 기관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이번에야말로 조속히 시원스런 해결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IT산업부·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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