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브롬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각인시킨 이 초월적 존재는 생물의 피를 빨아 영원한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였다. 각종 영화와 소설, 만화, 게임에 등장하며 자신의 마력을 마음껏 펼치고 맹활약 중인 흡혈귀는 실제 현실에 존재하고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몬스터로 선택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흡혈귀, 그것은 과연 존재하는가?
현재, 흡혈귀와 동일하게 인식되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는 사실에 기인한다.
15세기 중반 유럽에 실존했던 왈라키아 왕은 ‘찌르는 블래드 테페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사디즘 기질이 있는 사람이었다. 터키와 유럽 간의 전쟁에서 활약했던 이 왕의 인생 최대 즐거움은 적을 뾰족한 말뚝으로 찌르는 것이었는데 말뚝을 손으로 잡고 몸통에 찌르는 것이 아니라, 땅에 박아 놓고 포로의 항문으로 삽입해 희생자의 무게로 서서히 몸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그의 별명이 드라큘라였는데 이 의미는 ‘용의 아들’ ‘악마의 아들’이란 뜻이다. 이 잔인한 취미 중에서 특별히 유명한 부분은 트란실바니아의 한 마을을 정복했을 때 주민 전원을 말뚝으로 찔러 죽인 뒤 그 시체 더미속에서 잔치를 베푼 사실이다. 결국 왈라키아 왕은 전쟁터에서 터키군에 의해 목이 잘려 그 역겨운 취미가 중단됐으나 400년이 지난 후 브롬 스토커의 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 피를 먹는 불멸의 존재
흡혈귀는 다른 몬스터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손톱이 길고 송곳니가 육식 동물처럼 길고 날카로우며 보통 인간의 10배에 이르는 육체적 힘과 박쥐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거울에 비치면 모습이 나타나질 않아 인간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또 하나, 스스로 귀족이라고 자처하며 패션을 추구하고 위계 질서가 확고하지만 매우 잘난 척을 한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과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살며 정해진 방법으로 죽이지 않는 한 불멸의 존재로 영원히 살아간다. 근래에 개봉된 영화 ‘블레이드’에서 흡혈귀는 ‘식량’ 인간과의 공생을 목적으로 조용히 살아가는 은둔의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다.
# 실제 존재할 가능성 있다
하지만 흡혈귀 문제는 전설이나 허구로 간단히 끝날 수 없다. 왜냐하면 수 많은 믿을만한 공식 기록들이 흡혈귀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세기의 ‘보고 발견한 것’이라는 문서에는 5명의 오스트리아군 장교들이 자신들이 직접 조사한 흡혈귀 사건에 대해 기록을 남겼다. 이 중에서 3명은 의무장교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벨그라드 근방 마을에서 흡혈귀가 피를 빨아 여러 명의 사람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5명의 장교가 이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도록 최고사령부의 명령을 받아 파견됐다.
그들은 마을 주민들이 진술한 내용을 믿을 수 없어 흡혈귀로 추정되는 시체들과 이들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무덤을 파헤치기로 결정했다. 발굴한 시신은 총 13구로 매장된지 6∼10주나 지났지만 부패되지 않았으며 시선한 피가 대량으로 몸속에 존재했고 모든 내장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싱싱했으며 손톱과 발톱은 새로 자라고 있었다.
검시를 끝낸 장교들은 흡혈귀들의 목을 잘라 불에 태워 재로 만들어 강물에 뿌렸다. 이들은 부대로 복귀해 1732년 1월 16일자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자신들의 이름과 서명을 남겨 상부에 보고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흡혈귀의 존재 가능성은 고려의 대상조차 아니겠지만 다른 기관도 아니고 군대에서 군의관이 작성한 기록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 믿고 안 믿고는 자유
이 외에도 18세기 각종 문서에는 흡혈귀에 대한 기록이 무수히 남아 있어 신빙성을 더한다. 하지만 19세기와 20세기로 들어서면서 흡혈귀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합리적인 이성을 추구하며 미신과 전설을 밀어냈고 증명이 가능한 현실만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대 일부 지역과 마을에서는 흡혈귀로 추정되는 괴물과 연관되는 사건이 분명히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사실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이를 흡혈귀 혹은 드라큘라로 인정하느냐 아니냐는 개인의 판단이지만 적어도 세상에 존재한다고 내려오는 여러 가지 몬스터 중에서 이들은 가장 현실성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부인하긴 힘들다. 믿거나 말거나.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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