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숫자야 놀자

 숫자는 모든 언어의 기본이다. 인류가 숫자를 어느 때부터 사용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인도에서 시작됐다는 것만 추정할 뿐이다. 그러한 숫자가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할수록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는 숫자가 사물에 대한 보다 극명한 선과 구체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의 표현으로 숫자가 사용된다. 그래서 숫자는 과학의 근간이 되고 세상 사는 이치의 기본이 된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 집을 지을 때는 몇 치 몇 푼의 척도가 전부였다. 물론 건축재료의 유연성이 정확한 치수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건축은 몇 ㎜의 세분화된 가늠 없이는 지을 수도, 또 안전할 수도 없다. 옛 치수의 활용을 들여다보면 지금으로선 단추와 단추구멍을 겨우 맞추는 어설픈 정도의 수준이다. 현재 그러한 치수 개념을 도입하면 한쪽 옷섶이 길게 남는 불량품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발달한 과학은 보다 세밀한 수의 개념을 요구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생활의 변화이기 전에 수 개념의 변화다. 100만배를 나타내는 메가, 미터계의 10억단위를 표현하는 기가, 10의 마이너스 9승을 나타내는 나노 등 현대에는 과거에 생각지도 못한 단위의 숫자들이 쓰인다.

 과학에서뿐만이 아니다. 생활에서 숫자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국경일, 각종 기념일 등이 숫자로 표현된다. 일부 상혼에 젖은 기업들은 이를 더욱 악용해 과소비를 부추기기도 한다. 그만큼 숫자가 주는 매력은 묘하다. 쉽게 잊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기념일이란 인상을 강하게 남겨둔다.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839 전략’, 10대 차세대전략산업에 더한 문화관광부의 ‘10+2전략’도 숫자마케팅에 이은 ‘숫자정책’이다. 한눈에 무엇을 하려는 건지 쉽게 이해가 된다. 정책 의지를 숫자로 표현하는 것도 변한 세상의 풍경일 것이다.

 숫자의 거대화, 세분화는 발전하는 과학의 표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수에 약한 사람이라도 이젠 메가, 기가, 나노를 생활의 단위로 받아들이고 체득해야 한다. 이젠 숫자와 같이 놀아야 한다. 그래야 불편없는 세상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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