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게 없지만 혹시나 여성 기업에 돌아올 몫이 줄어들까봐 어쩔 수 없이 합니다.”
얼마 전 대구의 한 여성 IT기업인이 가벼운 넋두리를 늘어놨다. 요지는 지난해 11월 조달청이 3000만원 이하의 소액물품 구매시 여성 제조 및 공급기업에 수의계약 우선권을 주기로 한 제도가 적어도 전산장비를 공급하는 여성 기업에는 ‘속 빈 강정’에 다름없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대학이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 발주처가 조달청에 전산장비 구매를 위한 사전규격서를 제출할 때 상당수가 특정 제품의 규격이나 심지어 특정 제품의 브랜드를 명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다 특정 제품의 규격서를 여과해 일반 공통 규격으로 풀어줘야 할 의무가 있는 조달청마저 발주기관의 규격서를 그대로 수의계약을 한 여성 기업에 넘겨주는 소극적인 업무처리관행을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여성 기업인은 발주기관이 생각하고 있는 특정 제품을 공급하거나 수지가 안 맞으면 계약을 포기해야 한다. 실제로 계약을 포기한 여성 기업인도 많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대부분의 발주기관이 전산장비의 경우 예산을 너무 빈틈없이 잡는 바람에 계약업체로서는 수익을 낼 여지가 원천봉쇄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3000만원 이하 소액 물품구매 조달의 경우 아무리 여성 기업에 우선 혜택을 준다 하더라도 남는 장사가 아니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이는 전산관련 소액 물품구매의 경우 더 확연히 드러난다.
이처럼 소액물품공급 계약은 여성경제인협회의 추천에 따라 수의계약업체가 결정되지만 조달청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마저도 그림의 떡이 될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몇몇 여성 IT기업인은 “여성 기업인에게 주는 수의계약을 남는 게 없다는 이유로 포기할 경우 앞으로 여성경제인협회로 오는 물량 자체가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할 정도다.
이왕 소액물품 구매시 여성 제조 및 공급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취지로 제도를 시작했다면 그 취지를 살리려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제도의 본래 의미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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