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게임산업과 노블리스 오블리제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오락실에 가면 무슨 비행 청소년이라도 되는 양 부모님께 혼쭐이 나곤 했다. 워낙 집안 분위기가 완고한 탓도 있겠지만 아마 30대 이상은 그런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두푼씩 용돈을 쪼개서 오락실에 갈 때는 무언가 일탈이라도 벌이는듯 긴장감 속에서 죄스런 마음과 함께 짜릿한 쾌감이 들곤 했다.

 이제 세월이 흘러 게임이라는 분야가 어엿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한 해 시장 규모만 4조원에 이르는 등 이제 게임은 생활 속의 문화요 커다란 부를 창출하는 산업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게임은 ‘음지 문화’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윗세대 중에는 ‘애들 코 묻은 돈에나 기생하는 것들’이라고 못마땅해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게임 관련 직종에 뛰어드는 자녀들을 극구 만류하는 부모님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게임에 몰두하는 성인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세간의 눈길은 또 어떠한가. ‘폐인’이라는 부정적 단어가 게이머를 항상 따라다니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에 대해 우리는 단지 그들의 사고방식이 고루하기 때문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게임산업과 관련해 외적으로 회자되는 많은 부정적 평가에 대해 과연 ‘말도 안 되는 오해다’ 내지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라고만 항변하면 그만일까.

 분명히 급속도로 성장한 우리나라 게임산업 이면에는 적지 않은 그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론 매체에서 그 폐해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은 연중 의례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게임 산업계 내에서 별로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외부의 많은 부정적 평가를 극복하기 위한 능동적 움직임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흔히 산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 제품의 질이나 마케팅을 뛰어넘어 도덕성을 인정받기 위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미국의 카네기와 록펠러가 도덕적 갑부의 상징이 되기까지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벌였는가를 되짚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세계 최대 갑부인 빌 게이츠 MS 회장 부부는 2004년 229억달러를 기부해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여기서 필자는 우리 게임업계도 단지 기부금을 많이 내자, 사회 환원을 많이 하자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분명히 극복해야 할 과제고, 그 방편으로서 외국 사례를 본보기로 삼자는 맥락이다. 이를 통해 게임산업이 더는 ‘음지 문화’가 아니라 온 가족이 즐기고 사회 구성원 모두 건강한 재충전을 얻는 ‘양지 문화’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이럴 때 오히려 시장이 커지고 산업 기반도 튼튼해진다는 점에서 이는 아주 실용적인 접근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생존 자체에 허덕이는 중소 규모 업체들에 개별적으로 이를 강요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게임업계에도 연 매출 수백억 원을 넘기고 1000억원대 현금 보유액을 확보한 업체가 여럿 존재하지 않은가. 또한 게임산업을 관장하는 다수의 정부 기관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뜻을 모은다면 많은 게임 관련 협회에서도 십시일반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게임산업에서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단지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서 산업 전반에 큰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제 이 문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기에 이르렀다.

◆조홍섭 락소프트 사장 sooree@rocksof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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