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산업 돌파구를 찾아라](5.끝)시너지를 창출하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초 열린 월례 조회에서 애플컴퓨터를 극찬하며 임직원들에게 ‘아이팟’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윤 부회장은 애플의 경우 시류에 맞는 제품 혁신 등 ‘더하기 경영’을 시도한 반면 소니는 인원 구조조정과 같은 ‘빼기 경영’을 했는데, 이익 자체를 늘리려는 적극적인 노력과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내보려는 소극적 시도 간에 명암이 엇갈렸다고 진단했다는 후문이다.

 PC업계에서 ‘애플의 부활’은 희망의 전주곡과 같다. PC업계의 양대 산맥인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 자체 CPU와 OS를 고집하고도 나름대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애플의 저력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MP3P가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애플의 주가를 한층 올려 놓았다.

 그렇다고 애플이 주력 사업을 MP3P로 선회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애플의 중심축은 여전히 PC다. 애플은 이미 오래 전부터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디지털 허브’를 주장해 왔다. 애플 PC를 디지털 허브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찾았고, 이것이 바로 음악 내려받기 프로그램인 ‘아이튠즈’다. 아이팟은 아이튠즈 보급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애플은 이를 입증하듯 오디오에 그치지 않고 동영상 콘텐츠 등을 PC 기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중이다.

 애플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바로 시너지를 통한 새로운 수요 창출이다. 수요는 시장을 의미한다. PC 자체를 무조건 많이 파는 데 골몰하지 않고 PC기능을 십분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먼저 초점을 맞췄다. 아이팟과 아이튠즈의 선전은 매출에도 직접 영향을 주었지만 전세계에 PC업체로서 애플 브랜드를 새롭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팟의 히트와 맞물려 애플의 ‘맥’ PC 판매도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내 PC업체도 애플과 같은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PC 출하량은 연 평균 11.3%, 매출은 평균 4.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내년쯤 PC시장에 또 한 차례 시련이 닥칠 것이라는 게 가트너의 전망이다. 2006년을 ‘최악의 해’로 꼽는 이유는 신규 PC 수요가 줄고 업체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데스크톱PC 교체 주기는 통상 4년, 노트북PC는 3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까지 구형 PC의 교체 주기가 마무리되고,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내부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부 환경까지 불안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갈 길은 먼데 넘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시너지를 내기 위한 국내 PC산업의 전제조건은 ‘선택과 집중’이다. 규모에 맞게 목표도 명확해야 한다. PC산업 부활을 위해 대기업이 해야 할 역할은 브랜드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이를 기반으로 협소한 국내 시장보다는 수출에 주력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개척이 쉬운 개발도상국도 좋지만 미국·유럽 등 메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이들 시장은 규모가 클 뿐더러 성장 속도도 개발도상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차세대 PC 기술력 선점도 대기업의 몫이다. 중견·중소기업은 ODM과 OEM 위주의 생산 전문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게임·맞춤형PC 등 틈새 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신기술 제품의 신속하고 유연한 생산 능력, 핵심 부품 기술의 자립 제고 능력도 갖춰야 한다.

 생산 면에서도 이미 경쟁력을 잃은 분야는 과감히 포기하는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저가 모델은 중국·대만에 맡기고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형 제품 생산을 특화해야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정된 인적·물적자본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미 경쟁우위를 확보한 디스플레이·모니터·광스토리지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시장 수위를 유지하며 주변기기와 PC의 시너지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사진: 아이팟을 통해 제2의 부흥기를 누리고 있는 애플컴퓨터는 기존 산업과 사업 구조를 ‘차세대 PC’ 중심으로 재편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내 PC 업체들이 ‘애플의 부활’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의 애플 매장 앞에서 두 어린이가 애플 아이팟 미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