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산업 돌파구를 찾아라](2)규모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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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바는 지난달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새로 선임된 니시다 아츠토시 신임 사장은 공교롭게도 PC사업 부문을 총괄하던 인물이다. 반도체·전자부품에서 디지털 가전과 PC, 심지어 엘리베이터까지 취급하는 ‘전자 공룡’ 도시바 입장에서 PC는 그렇게 매력적인 사업이 아닌데 하필 그를 CEO로 선임했을까.

 실제 도시바는 세계 3위를 달리는 글로벌 PC 브랜드지만 정작 매출은 도시바 전체의 10%를 약간 넘는다. 니시다 사장은 나이도 이미 예순을 넘겨 우리로 따지면 한물 간 ‘퇴물’이다. 그러나 도시바는 과감히 그를 선택했다.

 니시다 사장은 불과 1년 만에 적자투성이 ‘PC 비즈니스’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474억엔(4억4900만달러)에 달하는 적자 규모를 60억엔의 흑자로 돌려놓았다. 니시다 사장이 취한 정책은 도시바의 전세계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통합해 규모의 경쟁을 실현한 것이다. 일본 등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PC 제조공정을 중국으로 이전해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저가 모델은 대만 업체에 위탁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높여 결국 PC사업 부문의 실적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PC는 말 그대로 ‘조립’사업이다. 조립 업종의 기본은 원가 경쟁력이다. 기술은 그 다음이다. 특히 데스크톱·노트북PC 기술은 이미 일반화된 상황이다. 결국 생산원가에 따라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180도’로 달라진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고수익도 생산 면에서 기본 규모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한마디로 ‘생산 규모’의 실현 없이는 PC사업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삼성전자 측은 “시장에서 10만대를 파는 것과 100만대를 파는 것은 천지 차다. 먼저 부품 구매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생산시설에 따른 비용도 원가를 판가름하는 중요 요소다. 소수 몇 개 업체로 PC시장이 재편된 상황에서 ‘덩치’를 키우는 일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다”고 말했다.

 이는 PC 시장 점유율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생산 규모가 시장 점유율로, 점유율이 다시 수익률로 이어지고 있다. 규모를 이미 실현한 글로벌 기업의 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PC출하량은 1억7747만9000대. PC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했다지만 전년 대비 15%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상위업체의 ‘과점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델·HP·IBM·후지쯔 등이 여전히 PC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델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며 지난해보다 판매 대수 면에서 23% 정도 증가한 3177만1000대(17.9%)를 팔아치웠다. 이어 HP가 12% 증가한 2806만3000대를, IBM이 16.3% 오른 1049만2000대를 판매해 5.9%의 시장 점유율을 지켰다.

 한때 PC 시장을 좌우했던 국내 브랜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생산 규모는 어떤가. 한때는 전세계 위탁(ODM·OEM) 물량을 ‘싹쓸이’하며 좋은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경쟁 국가에 턱없이 밀리는 상황이다.

 생산기지 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가 바로 대만이다. 대만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미국·한국·일본의 위탁 생산이 늘어나면서 노트북PC 분야에서 전세계 생산량의 70% 정도를 소화하며 독점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PC의 심장부 격인 메인보드와 LCD 모니터 등에서 대만 업체의 점유율은 70∼80%까지 상승했다.

 판매와 생산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게 결국 ‘부메랑’처럼 국내 PC 업계의 발목을 죄고 있는 것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사진: 지난날 전세계 위탁생산 물량을 싹쓸이했던 국내 브랜드가 생산시설 등 규모의 경제 논리에 밀리면서 생산은 중국에, 브랜드는 글로벌 업체에 자리를 내주고 입지 또한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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