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철 KAIST 나노종합팹센터 소장&유상근 한비젼 대표
“교수님, 첨단 나노장비를 이용한 성공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16년간 한울타리에서 스승과 제자 관계로 끈끈한 정을 다져온 광학 카메라전문 벤처기업 한비젼(http://www.hanvision.com)의 유상근 대표(39)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부설 나노종합팹센터 이희철 소장(52)의 손을 맞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던진 첫 마디다.
스승인 이 소장은 유 대표의 속내까지 꿰뚫어 보는듯한 표정으로 “장비보다는 사람을 우선으로 해라”라는 인생의 진한 향기가 담긴 알듯 모를 듯한 말로 화두를 풀어간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스승이 제자를 사랑하는 애틋함이 듬뿍 배어 있다.
지난 16일 나노종합팹센터를 공식 오픈한 이 소장이 애제자인 유 대표를 산·학 협력 제 1호 기업으로 받아들이며 공동 프로젝트를 논의하기에 앞서 지난 과거의 정도 되돌아 볼 겸 커피타임을 마련했다. 둘 사이에는 16년간 인연이 있어서인지 어디에서도 ‘벽’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별 2호 성공신화 못 잊어=스승인 이소장과 제자인 유 대표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89년. 유 대표가 한국과학기술대(한국과학기술원의 전신)를 제1회로 입학해 전기전자공학과에서 한창 공부하던 3학년 때이다.
“유 대표는 당시 잘나가던 학생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인공위성 연구가 현안이던 시절 대학 졸업을 앞둔 유 대표를 영국 서레이 대학에 유학을 보내 놓고는 한시도 마음 편하게 지낸 적이 없었죠. 2년 만에 제자들이 귀국해 우리나라 처음으로 인공위성 1호인 우리별 2호(1호는 서레이대서 제작됐다)를 지구상공에 쏘아 올릴 때의 그 가슴 벅찬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가 없었습니다.”
이 소장이 기억하는 유 대표에 대한 잊지 못할 ‘신화같은’ 추억의 한자락이다.
이에 질세라 유 대표는 손사래를 치며 “교수님(지금도 유 대표는 이 소장을 교수로 호칭한다)이 없었다면 영국 갈 일도 없었고, ‘우리 별’도 없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스승인 이 소장을 치켜세운다.
◇똑똑할수록 손해보며 살아라=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근무하다 2000년 벤처 붐이 한창일 때 창업한 유대표는 인공위성의 핵심 기술중의 하나인 초정밀 산업용 광학 카메라와 센서를 만들었지만 초기엔 우여곡절도 많았다.
유 대표는 “첨단분야이다 보니 기술 협력을 많이 해야하는데, 번번이 발주 계약서 앞에만 서면 외국 업체가 모두 독식하겠다고 ‘팽’시켜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그동안의 힘들었던 소회를 이소장 앞에서 애처로운 감정을 드러낸다.
이 소장은 유대표의 그동안의 어려움을 다 안다는 듯 “기업은 CEO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며 “똑똑한 사람일수록 지나치게 계산적이면 인정을 못 받기에 때론 손해보고 살 줄도 알아야 한다”고 선문답 같은 위로의 말을 내놓는다.
◇“산·학협력 성공 모델로 보은할 터”=이제 스승과 제자는 16년 전 KAIST에서 처음 만나 밤을 낮 삼아 배우고 가르치던 관계에서 기관 책임자와 CEO의 관계가 되어 산·학협력의 성공적인 모델을 찾고 있다.
나노종합팹을 이끌고 있는 이 소장은 팹 시설이 우리 나라 산·학·연의 연구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바탕이 되어 세계적인 나노제품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또 유 대표는 스승이 책임지고 있는 세계적인 팹시설을 어떻게 하면 첨단 기술과 접목시켜 사업을 키워 나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이심전심, 스승과 제자의 마음이 통하듯 나노종합팹센터가 완성되자마자 유 대표가 이 소장을 찾아 3차원 적층형 소자 개발을 논의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유 대표는 “지금 공동 연구하려는 적층형 소자는 빛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교수님이 첫 강의시간에 내준 하늘이 파란 이유를 찾아오라는 숙제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게 인연이 되서 지금도 빛을 이용한 카메라 기술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노종합팹센터의 산학협력 모델 1호로 다시 한 번 국내 첫 인공위성인 ‘우리별‘의 신화를 이어가길 바라는 이 소장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 유 대표의 눈빛이 한순간 밝게 빛났다.
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사진: 16년간 스승과 제자로 정을 이어온 이희철 한국과학기술원부설 나노종합팬센터 소장(오른쪽)과 유상근 한비젼 대표가 나노종합팹센터 산·학협력 제 1호기업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논의하며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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