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와이브로가 남긴 것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정보통신부 업무보고에서 2.3GHz 휴대인터넷(WiBro·와이브로) 서비스를 두고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영감을 불러일으켰다”고 극찬했다. 새 기술을 제안해 국제표준으로 정립하고 통상문제까지 해결해 상용화의 단계로 접어든, 말 그대로 기술주도권을 확보한 첫 사례라는 평가다.

 그러나 정작 와이브로 사업자로 선정된 KT,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내년 6월 상용서비스를 하려면 앞뒤 돌아볼 겨를도 없을텐데, “시장성이 어둡다” “투자액이 과도하다”는 생뚱맞은 잡음(?)도 들린다. 사업권 확보를 위해 내놓았던 핑크빛 청사진이나 실행계획과는 전혀 다른 태도다. 일각에서는 4월 말까지 내야 하는 일시출연금도 부담스럽다며 좀 깎아줄 수 없냐고 볼멘소리다.

 극찬을 한 노 대통령이나 신규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에 들뜬 국민이 들으면 황당할 소리다. 문제는 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업자들의 항변도 일면 이해되는 구석이 있으니 더 답답할 노릇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사업허가권과 규제권을 쥐고 후방산업 육성을 드라이브하는, 한 마디로 정부 주도형 산업육성책이 자리잡았다. 정부 사업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고 기업들에는 사업권 확보가 사활을 건 경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기업 간 선의의 경쟁에 따라 자연스레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각종 IT서비스가 상용화되고 가입자나 시장성장세도 포화한 상황이다. 자칫 잘못하면 신규 서비스는 기존 자기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성장일변도의 기준으로 사업권을 부여하고 투자를 독려하니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사업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주가 관리나 기업 비전 제시도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다는 변명 아닌 변명이다.

 가장 선진적인 방법은 기술이나 신규 서비스도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신기술이 개발되고 경쟁이 일어나는 것이 합당하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는 사업자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주고, 사업자들도 사업권 획득 이전의 열의를 다시 찾아야 한다. 다음달 허가서 부여를 계기로 정부와 사업자 모두 이를 다짐하기를 바란다.

  IT산업부·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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