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 최초’를 사랑한다. 음식집마다 원조 논쟁이 뜨러운 것도 ‘최초’란 자리싸움일 터다.
올해 우리나라가 한 건 한다. 바로 휴대이동방송 지상파DMB의 세계 최초 상용화다.
노무현 대통령, 진대제 정통부 장관, 노성대 방송위원장이 앞다퉈 브라질,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지를 누비며 ‘세계 최초 지상파DMB’를 자랑한다. 휴대이동방송은 TV를 손에 들고 다닐 수 있게 하는 ‘방송의 혁명’이자 휴대폰에서 TV를 보게 하는 ‘휴대폰의 킬러앱’이다. 가슴 펴고 뿌듯해 해도 좋다. 지상파DMB 희망사업자들이 요새 주목받는 이유다.
그런데 지상파DMB 희망사업자의 한 관계자가 “막상 지상파DMB 방송국을 구축하려고 장비 목록을 챙겨보니 국내 업체를 찾아볼 수가 없다”며 씁쓸해 한다. 사실 주요장비 중 비디오인코더를 제외하곤 모두 외산 일색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을 리드하는 삼성전자가 프랑스에서 호평 받은 지상파DMB폰에는 영국 프런티어실리콘의 칩이 내장돼 있다.
우리가 ‘세계 최초’를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원조 순대가 맛있는 것처럼 세계 최초 상용화에는 그에 상응하는 산업 활성화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지상파DMB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려는 노력 뒤에는 국내 산업 육성 논리가 깔려 있다.
스웨덴의 디지털오디오방송(DAB) 장비업체인 팩텀사는 한국의 지상파DMB 장비 시장을 레퍼런스 삼아 유럽과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고 준비중이란다. 영국 프런티어실리콘의 앤터니 세트힐 사장은 “올해와 내년 한국 DMB용 칩 시장이 각각 50만∼75만개, 150만∼250만개인데 이 중 50%를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물론 향후 열릴 유럽·중국 초기 시장 공략에도 열심이다.
‘죽 쒀서 남 주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 치곤 뭔가 이상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상파DMB용 방송장비 시장은 비디오인코더를 제외하고 외국업체들이 가져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칩 시장도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다행히 가장 큰 단말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철옹성’ 체제를 만들고 있다. ‘의미 있는’ 세계 최초를 만드는 데는 땀이 필요할 뿐, 근거 없는 낙관론은 독이 되기도 한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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