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유선시대의 영광 재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모든 통신 서비스의 흐름은 고정유선(이후 유선)에서 이동무선(이후 무선)으로 전환되어 가는 게 확실하다. 음성 서비스의 경우 무선이 차지하는 비율이 이미 유선보다 훨씬 높다. 만일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태어나지 못했다면 유선은 그저 무선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로 만족해야 할 수도 있었다. 올해는 유선의 강점을 압도하는 무선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시점이자 유선 위기의 시기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유선이 아니다. 이제 가정까지 광케이블이 깔리면서 100메가급의 속도를 제공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영광의 자리를 유지하려 한다. 기술 개발자들은 현실적으로 가정에서 100메가급 이상은 불필요하다고 한다. 사실상 100메가급도 과하다. ISP 간의 과도한 경쟁만 아니라면 굳이 100메가급의 속도를 제공하는 가입자망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인터넷 영역이 All IP시대로 진입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모든 단말기나 전기전자적 기기가 모두 IP를 가지게 됨을 뜻한다. 개인 무선단말기를 포함하여 IP를 가진 여러 단말기의 인터넷 역량을 커버하는 방법은 무선 가입자망으로는 불가능하며 결국 광대역 유선망이 필요하다. 이것이 BcN으로 표현되는 차세대 광대역 인터넷망이다.

 이미 많은 이용자가 복수의 IP를 요구하고 있으나 기존의 ISP들은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아파트 건설사들이 자사 아파트에만 적용 가능한 시스템을 설치하여 수요자의 요구에 제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향후 본격적인 홈 네트워크 시대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즉 가전사나 건설사가 주도하는 홈 네트워크 서비스는 표준화된 인프라 미비로 이용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지 못해 시장 확대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홈 네트워크는 부가가치 사업으로 인식되는 것보다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같이 또 하나의 인프라로 인식돼야 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아무리 BcN이 구축된다 하더라도 그들을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술이나 시설이 없다면 단순한 속도 업그레이드에 불과해 유선 ISP의 추가 수익 창출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다. 기존의 동선 전화선에 초고속 기간망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ADSL)가 태어났듯이 광케이블, 동축 케이블, 일반 랜선 등에 관계없이 초고속 가입자망에 홈 네트워크 시스템이 부가되면 새로운 홈 인프라로 태어나는 것이다.

 유선 ISP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단순한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무선 사업자처럼 가입자와 서비스를 직접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홈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 기반 위에 무수한 응용 사업자들이 아이디어를 다양한 IP 단말기나 기기를 통하여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홈 네트워크 사업의 비전이다.

 정부나 ISP는 지금처럼 직접 VOD 등과 같은 응용 사업을 찾기 위한 노력보다는 표준화한 홈 네트워크 인프라가 조기에 구축될 수 있도록 선 투자 개념으로 인프라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IT839 전략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ISP 중심으로 홈 네트워크의 표준화를 이룰 수 있도록 산업 활성화를 위한 환경적 지원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1000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위에 무수한 인터넷 비즈니스가 새로이 창출됐듯이 수백만 홈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지금 상상하는 응용 서비스들보다도 더욱 다양하고 놀라운 서비스들이 개발될 것이다.

 그로 인해 국민의 생활 수준이 업그레이드돼 정부가 구상하는 IT를 이용한 복지국가 건설을 세계 최초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IT839 전략이 지향하는 홈 네트워크산업 발전을 통하여 세계 IT 기술과 서비스를 선도하는 나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구본철 KT 경기남부망운용국장 koobc@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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