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모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10·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설립
현대 과학기술의 기반을 이룬 기관이 어디냐고 물으면 정답은 영국왕립학회(The Royal Society)다. 1632년 영국의 찰스 왕은 칙령으로 왕립학회를 설립하고 저명한 과학자들로 하여금 과학기술 학문을 발전시키고 기초를 닦게 했다. 영국 왕실의 중심지인 버킹검 궁에서 뻗어나간 대로변에 자리잡은 영국왕립학회는 고전물리학의 태두 뉴턴이 4대 회장으로 장기간 역임했고 현대과학의 기반을 닦은 진스, 패러데이, 맥스웰, 러더퍼드 등 최고의 석학들이 회원으로 활동했다.
영국왕립학회보다 70년 후에 스웨덴 왕의 칙령으로 설립된 스웨덴과학한림원은 일반인들에게는 과학 분야 노벨상 최종 심사기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엄격한 심사 과정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면서 노벨상과 더불어 명성을 누리게 되었다. 스웨덴과학한림원 설립 후 기술발전을 위해 스웨덴공학한림원(IVA)도 설립되었는데 KAIST의 인공위성연구센터를 설립한 최순달 박사와 나를 비롯한 수명의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이 IVA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스웨덴 왕은 IVA의 공식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과학한림원은 링컨 대통령이 1863년에 설립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중앙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컨스티투션 거리에는 많은 공공건물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미국과학 한림원 본관이다. 이 건물 안에는 미국과학한림원(NAS), 미국공학한림원(NAE)과 의학한림원(IOM)이 사이좋게 함께 입주해 있어 명실공히 미국 과학기술계를 대표하고 있다.
이들 과학기술한림원들은 각국의 과학기술계를 이끌면서 국가가 결정해야 할 중요한 과학기술정책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정책을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검토해 국가 의사결정자들을 위해서 자문하는 원로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림원 회원이 된다는 자체가 최고의 영예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림원들로는 인문사회과학 및 자연과학을 포괄하는 대한민국학술원이 교육인적자원부 산하에 있고 과학기술 학문 분야 전체를 대표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고 있고 공학한림원이 산업자원부 산하에 설립되어 있으며 의학한림원이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립되어 있다.
‘한림원’이라는 명칭을 처음으로 사용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994년에 설립되어 261명의 종신회원, 206명의 정회원, 52명의 준회원, 191명의 원로회원과 61명의 외국인 회원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학문 분야 최고의 석학기관이며 아시아한림원연합회(AASA)의 중심기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등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한림원이다.
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의 학문적 발전을 위해서는 엄격한 학문 업적 심사를 통해 회원의 자격을 수여하며 국가정책 수립에 있어서 중립적이고 건설적인 자문 활동도 하는 한림원의 설립 필요성을 느끼고 12대 과학기술부 장관 재임 시절 당시 과총 회장이셨던 권이혁 전 교육부 장관 및 환경부 장관과 협의하기 시작했다.
14대 과학기술부 장관이셨던 김시중 현 과총 회장은 이 한림원 설립을 적극 후원하셨다. 설립추진위원장이었던 이상수 박사(전 KAIST원장) 팀은 각국의 한림원 조직과 내용을 검토하고 한국적 여건을 고려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을 발족시켰고 초대원장에는 서울대 총장과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조완규 박사가 선출되셨다.
제15대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다시 취임한 나는 조완규 원장과 함께 한림원을 최고의 학문적 업적을 지닌 석학들이 모인 기관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지금의 조직과 운영 형태를 구상했다. 조완규 원장과 가졌던 과학기술부 장관실에서의 만남이 오늘날 과학기술한림원의 모습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kunmochung@ka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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