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이 이공계를 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취직 걱정 때문이다. 의대생의 경우 졸업 후 전문의 시험을 통해 직장이 보장되며, 법대생의 경우는 사법고시가 있다. 보험에 의해 돈벌이가 되느냐 안느되냐의 차이로 의대 중에서도 한의대에 전국의 수재가 몰리는 판이다. 기타 문과생의 경우는 의대나 법대처럼 보장은 없지만 이공계와는 달리 제한된 공장에만 취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기회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공무원의 대부분은 문과생이다. 하다못해 과학기술부나 산업자원부의 공무원도 대부분 문과생 차지다.
이공계 출신이 취직하려면 배운 기술을 써먹을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대학에서는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니 애당초 대학이라는 곳이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데가 아니다. 대학과 전문대학은 그 설립목적부터가 다르다.
우리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은 오랜 불황을 딛고 서서히 일어나고 있으며 중국은 막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외국 선진 기술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다. 특히 후진타오를 비롯해 원자바오 등 중앙당 상무위원 8명 모두가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책결정자 자신이 과학기술자인 중국에서는 이공계가 인문계를 설득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그리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애당초 벌어지지 않는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생존 전략은 기술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공계 실업이니, 이공계 기피니 하는 이공계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공계의 수를 줄이자고도 하고 병역혜택이나 장학금 같은 특전을 주어 이공계를 살리자고도 한다.
일전에 어느 사학자 한 분이 우리나라 국토의 대부분을 잃게 된 신라의 삼국통일을 두고 군사적 열세를 외교적으로 극복한 조상의 슬기라고 평가하는 것을 들었다. 또 전 국토가 초토화된 임진왜란을 두고 명나라와의 외교로 일본을 물리친, 승리한 전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나아가 이완용 같은 매국노는 일본의 힘을 빌려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명분을 세웠으며 이에 동조하는 얼빠진 인간들이 나라의 조정을 장악하는 일조차 이 땅에서 벌어졌다. 얼마 전에는 그 후손들이 아버지의 땅을 돌려달라고 고소까지 한 것이 우리네 정서의 현주소다. 오늘의 경제적 위기는 결코 말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의 이공계 위기란 바로 중소기업은 기술자가 없어 도산의 위기에 몰리고 있는데 이공계 대학 졸업생들은 일자리가 없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나라 대학을 전부 전문대학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공계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대졸자들을 취업 전에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경력자화하는 것이며 이는 오로지 이공계 대학교수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석박사 등 학위 목적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원의 전문 실험장비를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의 교육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공계 대졸자를 대상으로 졸업 후 6개월 이내의 단기간에 이른바 맞춤형 담임교육을 실시해 대학에서 배운 기초지식 위에 산업현장기술을 쌓음으로써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신입사원의 교육이 불가능한 중소기업에 현장기술을 무장한 엔지니어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로써 석박사 과정의 학생이 없어 연구가 불가능했던 교수들의 연구도 활성화할 수 있으며 이공계 미취업자들이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아도 된다. 이공계 졸업생의 취업문제는 학생의 문제라기보다 대학교수들의 문제며 따라서 현재 이공계 위기의 책임 한 가운데 이공계 교수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이공계 교수들이 각자의 연구실을 개방할 때 오늘의 경제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공계 위기와 극복-주승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skjoo@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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