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I "텃밭은 없다"

공공 시장에서 영업력을 말할 때 흔히 거론하는 등식이 있다. ‘행정자치부·국세청=삼성SDS, 대법원·특허청=LG CNS’가 그것이다. 국방 정보화 시장에서는 이들을 제치고 쌍용정보통신을 먼저 거론하거나, 체신금융 분야에서 현대정보기술을 꼽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등식이 깨지고 있다. 경쟁 업체들이 상대 업체들의 아성을 파고들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판도를 형성하고 있다. 수요처 역시 특정 업체 종속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어 특정 수요처 독식 현상은 점점 약화될 전망이다.

 ◇행자부에 진입한 LG, 대법원에 입성한 삼성=SI 업체들이 특정 분야에서 텃밭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들어서다. 정부기관의 업무 전산화 작업이 시작되는 초기 프로젝트를 수주했기 때문. 즉 삼성SDS가 행자부의 대표적인 전산화 프로젝트로 꼽히는 시·군·구 행정정보화 사업을 획득하고, LG CNS가 대법원의 대표격인 등기부 전산시스템 구축을 맡으며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러나 2000년 이후 LG CNS가 행자부의 대표적인 전자정부 프로젝트로 꼽히는 G4C 사업을 가로챘다. 이밖에 인사시스템의 경우 쌍용정보통신이, 지방세정보화의 경우 대우정보시스템이 각각 맡았다. 행자부 공공 정보화 프로젝트가 특정 SI기업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반대로 삼성이 LG 텃밭이었던 대법원 정보화 시장에 진입했다. 물론 행자부에 있던 호적 업무가 대법원으로 옮겨간 변화라는 점에서 앞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LG 중심의 구도를 바꿨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특히 새로운 호적제도가 도입되면 추가 프로젝트가 어떤 형태든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삼성의 향후 대법원 시장 영향력은 지켜볼 만하다.

 ◇절대 강자가 사라진 군 시장=국방 시장의 경우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99년 모의훈련장 프로젝트를 쌍용정보통신이 수주하며 시장을 주도했지만 2000년 이후 시작된 3군의 C4I 사업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삼성SDS는 2001년 육군 C4I 1단계 사업을 수주했으며, 2단계는 쌍용이, 3단계는 LG가 각각 수주했다. 지난해 해·공군 C4I 체계 개발사업은 쌍용정보통신과 포스데이타가 주사업자를 맡았다. 포스데이타는 공군 워게임 프로젝트마저 독식해 쌍용 이후 군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다.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SDS와 SK C&C는 국방군수통합정보체계 프로젝트 및 국방의료정보체계 프로젝트와 국방동원정보체계 1단계 구축 사업을 수주하며 발동이 걸렸다.

 ◇의료·대학, ‘춘추전국’=삼성SDS와 LG CNS, 현대정보기술 등 SI 3사가 주도해 온 의료 정보화 분야에서도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 이지케어텍이 복병으로 등장한 것. 이지케어텍은 최근 LG CNS 및 현대정보기술과 맞대결을 펼쳐 경상대병원 종합정보시스템 프로젝트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또 병상 1000개 규모의 대형 사업으로 관심을 모은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종합정보시스템 프로젝트도 손에 넣어 기존 3강 구도를 깰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대학 시장은 선발 3사는 물론 쌍용정보통신·대상정보기술·대신정보통신 등 중견 업체들도 전문성을 강화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을 나눠먹고 있다. 빅 3가 대학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등 대형 사업을 차지하고 있다면 중견 기업은 중소 규모 대학을 중심으로 시장 개척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전남대·제주대 등에 전자문서·지식포털 시스템을 구축한 쌍용정보통신, 한성대 유비쿼터스 기반 첨단 스튜디오 및 강의실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한 대상정보기술, 영진전문대학 및 배화여대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한 대신정보통신 등이 제 영역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초기 선점 효과 여전히 ‘유효’=독식 구도는 깨졌지만 초기 시장 선점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특히 사업 행태가 업무 파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선 제안형’ 사업으로 바뀌면서 초기부터 관계를 맺어온 영업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단순한 유지보수에서 나아가 시스템관리나 아웃소싱처럼 사업이 바뀌면서 초기 수요처는 안정적인 매출을 발생시키는 효자 노릇을 한다. 삼성SDS나 LG CNS가 여전히 시·군·구 전산시스템이나 등기전산시스템 위탁관리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가량의 유지보수 매출을 올리는 것이 그 예다.

 이런 이유로 SI업체의 ‘텃밭 만들기’ 전략은 신규 공공 시장에서 다시 한번 재현될 조짐이다. 업체들이 이후 주목하는 공공 시장은 소방방재청과 신공항, ITS 등. 소방방재청 관련 시장은 행자부 산하 기관이지만 현재 핵심 사업 BPR를 LG가 하고 있다. 또 수천억원의 프로젝트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공항의 경우 1차 사업은 삼성SDS가 관여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ISP 작업을 LG가 하고 있어 판세를 점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신혜선·김원배기자@전자신문, shinhs·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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