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스트 +244]제1부:월드베스트 전략을 세우자⑤브레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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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브레인웨어 

‘인재는 기업의 자산.’

창의적 두뇌를 가진 고급인력이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어쩌면 너무 지나치게 거론돼 식상할 정도다. 그러나 아이디어형 기업이 핵심이 되면서 기업의 발전을 위한 바탕이 되는 ‘핵심 인력’에 대한 중요성은 여러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비유해 등장한 신조어인 ‘브레인웨어(brain ware)’는 고급두뇌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창의력을 갖춘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브레인웨어만 제대로 개발하면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월드베스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두뇌를 가진 고급인력을 유치, 지적재산을 확보하는 것이 이익창출의 원동력인 셈이다.

◇브레인웨어의 조건= 어떤 인재가 브레인웨어인가. 선진기업들은 미래지향형 핵심인재상을 설정하고 이들을 확보하고 육성하는데 주력한다. 그 인재상은 전문성, 지적역량 등과 함께 조직 충성심, 도덕성, 인간적 매력을 중시한다. 주어진 과업의 수행보다 기존 틀을 넘는 전략적 통찰과 추진력을 강조한다.

단기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도 조직변화를 주도하고 기업의 미래 수익원천을 창출해 주기를 기대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전문성 등 업무역량과 함께, 도덕성, 인간적 매력 등 인성(人性)을 동시에 강조하는 추세다. 성과를 올리더라도 가치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조직의 기반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조직의 상황과 시기를 감안해 자신의 능력을 운용할 줄아는 지혜와 실천력을 갖춘 사람이 주목을 받는 시대다. 우수한 자질을 조직 내 실제 가치 창출과 연결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좋은 인력을 확보하라= 우선은 제대로 된 인력을 뽑아야 한다. 세계 일류 기업들은 업종과 국경을 넘어서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핀란드의 노키아가 인재 글로벌 소싱 원칙을 세우고 최대 연구개발(R&D) 센터를 헝가리에 설립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삼성·현대·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CEO들이 직접 나서 차세대 핵심인재를 육성중이다. 삼성은 △국적 불문 채용 △기존 핵심인력의 글로벌 역량 강화 △이공계 학생 지원 등 인재전략 3대 과제를 설정했다. LG도 글로벌 톱 3 달성을 위한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핵심인재를 뽑는 묘법이 있다. 우선 분명한 대의명분. 높은 비전을 제시해 도전 의욕이 넘치는 인재가 지원하도록 한다. 또, 이질적인 인재를 포용하는 데에도 문을 활짝 열어야한다. 소니가 전문음악가 출신의 오오가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한 게 대표적인 예. 그는 소니의 소프트화를 주도했다.

◇핵심인재 유지관리도 관건= 핵심인재의 발굴도 중요하지만 유지관리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브레인웨어가 회사의 성과에 기여하기 시작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6.2개월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40%는 조직적응에 실패하고 18개월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인재의 퇴사에 따른 비용 부담은 기회비용까지 포함시킬 경우 관리자 평균 월급의 24배에 달할 정도여서 기업이 입는 피해는 막대하다.

어떻게 손실을 막아낼까. 입사 후 초기 90일간 실시된 교육이 핵심인력 활용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인재들은 2∼3년에 한 번씩 일자리를 바꾸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는 초기 적응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입사 후 90일간이 회사에 잔존하느냐 이직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효과적인 적응 프로그램이 해답이다. 핵심인력이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환훈련(Transition Training)을 도입해야한다. 일반적으로 전환훈련 후 36%의 성과 향상과 14배의 투자대비효과(ROI) 증가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혈주의·연공서열 타파 新인재육성제도 시행을

국내 기업은 핵심인재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직 순혈주의 전통이나 연공주의적 인사관리 등 과거 관행에 젖어 우수 인재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 핵심인재의 확보와 활용, 육성을 위한 기업 내 별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좋은 인재를 선발해 놓고도 획일적 인사제도로 인해 브레인웨어들이 일반 인력에 묻혀 하향 평준화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경영학자들은 IMF 환란 이후 국내 기업들이 미국식 감량 경영방식만을 쫓아 인원 감축에 집중한 결과, 인적자원 관리가 크게 흔들렸다고 지적한다. 일부 산업분야에선 두뇌 유출(brain drain) 현상까지 나타났다.

반면 세계적 선도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람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전체 경영성과에 기여하는 인사를 실천한다. 멀리 내다보는 시각으로 조직성과와 개인성과를 연계하는 보상시스템을 마련,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갖췄다. 표 참조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고조되자 안정된 환경에 적합했던 기존의 인재상을 새롭게 정의했다. 정교한 계획, 조직중시, 통합과 관리보다는 최고를 지향하는 열정과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결단력을 보다 중시했다.

GE의 최고 경영자인 잭 웰치는 이상적 리더의 덕목으로 4E모델을 제시했다. △Energy(열정과 에너지) △Energize(동기부여능력) △Edge(집중·결단, 최고 지향) △Execution(실행력) 등이다.

핵심인재의 조기발견, 별도 육성코스 제시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동했다. 최고 인력에 대한 우대와 뒤처진 인력의 퇴출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조직문화를 통해 핵심인재에 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GE는 활력곡선(vitality curve)이라는 상대평가제도를 통해 매년 하위 10%를 도태시키며 상위 20%의 우수인력을 중점 관리했다.

소니는 ‘디지털 드림 키드(Digital Dream Kid)’라는 특징 있는 인재상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소니 다움’을 추구했다. 개개인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추구할 수 있는 조직환경을 지향하는 것이 최대 목적이다. 조직은 개인의 꿈을 실현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최고 경영자의 신념을 기업 문화에 체화한 것이다. 전세계 사업장별로 핵심인재를 선발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CEO와의 토론 등 특별 육성코스를 가동한다.

소니의 핵심인재 요건은 △호기심(Curiosity) △마무리에 대한 집착(Persistence) △사고의 유연성(Flexibility) △낙관론(Optimism) △리스크 감수(Risk-taking) 등을 꼽고 있다.

이처럼 기업별로 목표와 전략을 가장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선발, 육성하기 위한 차별화된 기준선을 만들고 인재육성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시대에 맞춰나가기 위해서는 먼 안목을 갖고 ‘인재 바로미터’를 수립해 하루빨리 시행해야할 것이다.

*[기고] 열린 조직문화가 최고 인재를 만든다

사실 사업을 벌이고 성공시키는 데 있어, 인재 확보가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또 돌이켜보면, 요즘처럼 주문 외듯 인재를 강조한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업하는데 사람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지만, 그럼에도 요즘 들어 인재확보를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경쟁이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과거 경쟁은 국지적이었고, 하드웨어 간 경쟁이었다. 그리고 변화도 아날로그식으로 일어났다. 즉, 한번 앞서가면 그 이점을 웬만하면 관성처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글로벌 경쟁’이라는 용어도 무색하리만큼 불과 몇 달 사이에 지구 반대편 시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판이 짜지는가 하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제품이나 제조라인과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사람 안에 있음이 날마다 증명된다.

그리고 특정 단계의 리더가 다음 단계 제품에서도 리더십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의례적이 아니라 거의 예외적이라고 인식된다. 아예 ‘단계’나 ‘제품 아이덴티티’라는 개념이 무시될 정도다.

이렇게 되니 기업으로선, 특정 시장과 특정 기능에서 가장 적합한 인재를 신속히 찾아내는 데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다. 이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회사에 기여만 해줄 수 있다면 사람됨이나 생활태도는 문제삼지 않겠다”는 공격적 채용정책도 그렇고, 인재를 내부에서 길러내는 전통이 강한 미국의 소위 ‘사관학교(academy)’ 기업들도 점차 외부로부터의 핵심인재 스카우트를 확대했다. 기업들은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찾아내고 유인하는 시스템을 발빠르게 구축하고 있으며, 핵심인재 유지는 CEO를 위시한 고위임원들의 주요 임무다.

하지만, 외부 인재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엄청난 입사보너스를 제공하고, 고위임원이 정기적으로 식사초대를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안이 있다. 바로 조직문화이다. 기대를 잔뜩 업고 들어온 핵심인재가 능력 한번 제대로 발휘 못 해보고 떠나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 다름 아닌 조직문화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배타적이고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조직문화에선 결코 번성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였다 하더라도 결국은 적응에 실패한다. 최근 핵심 인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이들이 직장을 택하는 데 가장 중시하는 요소가 공정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성은 열린 조직문화의 첫 걸음이다.

소수 최고 인재의 능력을 발휘시키려는 기업은, 역설적이지만, 조직 전체의 성격과 분위기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강우란 삼성경제연 박사 wuran.ka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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