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시장 `소모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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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T도코모 등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3세대(3G) 휴대폰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휴대폰 업계에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다 소니에릭슨·노키아 등 휴대폰 업체들이 전세계적으로 저가 기종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휴대폰 업계간 시장 경쟁이 점차 소모전 양상을 띄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NTT도코모가 최근 3G 휴대폰 신기종을 기존 기종보다 무려 30% 이상 싼 가격에 선보였다. 이에 따라 보다폰, 노키아, NEC, 후지쯔, 샤프 등의 판매 전략에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이번 도코모의 3G 휴대폰 가격 인하를 계기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유지를 위한 업체들간 출혈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가 절감에 제조업체들 비명=이동통신 사업자인 도코모의 저가 전략에는 3G 기종의 보급을 가속화하자는 의도가 숨어있다. 3G로의 신규 수요 창출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휴대폰 출하량이 늘어나고 단말기업계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말기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도코모의 저가 단말기를 제조하는 한 업체는 “디자인 간소화 등으로 원가를 내리는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도코모가 이번에 내놓은 3G 기종은 기존 3만엔 대 제품보다 1만엔 정도 싸다. 가격 인하에 따른 부담은 당연히 제조업체들의 몫. 현재 제조업체들은 3G 기종 개발에 연 100억엔 정도의 개발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에선 투자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밖에 일본에선 KDDI, 보다폰 등 사업자들이 일제히 저가 기종을 내놓고 출혈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NEC 적자 전환의 시사점은?=일본 최대 휴대폰 업체인 NEC는 2004 회계연도(2004.4∼2005.3) 휴대폰 사업에서만 약 2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내 2위업체인 파나소닉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는 지난해 상반기 18억엔의 영업 흑자를 확보했지만 하반기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일본 제조업체들의 실적 악화 주요 원인은 해외사업 부진이지만 국내 사업에서도 수익이 늘지 않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올해 일본 내 휴대폰 출하는 전년 대비 약 1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명 당 1명 꼴로 휴대폰을 보유하면서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 성장세 둔화=지난해 판매대수를 60% 이상 늘렸던 세계 6위의 소니에릭슨은 “시장 상황이 가격 하락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니에릭슨은 경쟁업체들보다 비교적 3G 시장에 빨리 진출한 편이다. 대당 평균 단가는 약 160유로(약 22만원)로 업계 최고 수준. 현재 3G 비율은 10%인데 삼성전자, 노키아, 모토로라 등 상위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휴대폰 출하액은 약 6억5000만대로 2년 연속 20%의 고성장을 보였지만 올해는 5∼10%로 둔화될 전망이다. 미국·유럽·일본 등지에서 대체 수요가 둔화되고 신흥시장의 신장률도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가격 인하를 단행해 수요를 유인한다는 구상이다. 노키아는 ‘양산’, ‘저가격’ 등을 무기로 중하위 업체들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노키아의 세계 점유율은 6포인트 감소한 32%이며 이 중 휴대폰 부문은 30% 이상 수익이 감소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격인하 등 소모전 양상이 지속될 경우 지난 2001년 거의 모든 제조업체들이 적자로 전락한 전철을 되밟을 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