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지털 가전기기의 가격 하락세가 전자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주 소니에 이어 24일에는 반도체업체인 엘피다메모리가 2004 회계연도 실적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비록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가격 하락세가 예상 외로 심해 당초 기대했던 수익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엘피다는 판단했다.
이처럼 소니, 엘피다 처럼 ‘바쁘기는 한데 이익은 적은(薄利多忙)’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PC, 소프트웨어(SW) 서비스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상장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향후 일본의 IT경기는 과거의 장기 불황에서는 벗어나 선별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종별 명암 엇갈려=일본 경제를 견인해온 디지털 경기가 ‘성장’과 ‘퇴보’ 라는 두가지 색깔로 뚜렷히 대비되고 있다. 제품 별로 성장률의 차이가 선명해지면서 판매량이 늘어나도 가격은 급락하는 경우도 눈에 띄고 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디지털 가전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실적 하향 조정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현재 일본 IT경기 기상도는 다소 엇갈린다. 우선 첫번째는 ‘SW 분야 맑음,하드웨어(HW) 분야 흐림’이다. 즉 PC SW 및 정보시스템은 튼튼하지만 디지털 기기 분야의 부진이 확산되고 있다.
둘째는 ‘ PC 맑음,디지털 가전 흐림’이다. 세째는 ‘수량 급증·가격 하락’이다. 디지털 가전기기의 인기는 지속되고 있지만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경기 이상 징후의 본질=일본 디지털 경기에 대한 우려는 가격이 예상 외로 급강하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기기별 지난해 일본내 판매대수를 보면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은 약간 감소했거나 전년 대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PC는 약간 늘어났고 디지털 가전기기는 급신장했다. 그러나 가격 동향은 이와 정반대로 디지털 가전의 하락폭이 가장 심했다.
전자업계에서는 파이어니어와 일본빅터(JVC)가 가장 먼저 지난해 10월 2004 회계연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수정했다. 이달 20일에는 소니가 영업이익 예상치를 내렸다. 그 배경에 대해 소니 측은 “1년 전에 비해 평판TV 가격은 20∼30%, DVD리코더는 40% 가량 가격 인하됐다”고 설명했다.
평판TV와 DVD리코더는 지난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7∼2배 가량 늘었지만 가격경쟁이 심해지며 판매단가가 급락했다.
이에 반해 PC는 판매수량이 약간 늘었지만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아 수익성이 오히려 개선된 경우다. 지난해 상반기에 대규모 적자였던 도시바는 전체 회계연도 결산에서 흑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전망=일본 전자업계는 IT 거품기를 통해 수요·공급의 신중한 자세를 몸에 익혔다. 때문에 가격급락으로 인한 불량재고로 적자 전환하는 업체는 사실상 없다. 단지 디지털 제품 가격이 앞으로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지속되는 가격 하락 압력 속에서 고부가가치제품, 원가 경쟁력, 브랜드력 등에 따라 업체별 실적이 확연히 구분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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