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난으로 청년실업이 일반 실업의 두 배나 된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이미 1년 이상 이해하지 못할 현상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 구조, 아니 우리나라 대학 교육 과정이 상당히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 광고도 내고, 헤드헌팅 업체에 부탁도 하고 있다. 심지어 여러 대학의 게시판에 들어가서 ‘사람을 구합니다’라는 글도 남기고, 선물을 싸들고 대학원 졸업 담당자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이 없다.
결코 연봉이 낮은 것도 아니다. 지난 3년간 동결된 상태이긴 하지만 삼성의 초봉 수준에 맞추어 대졸과 대학원 졸업자의 연봉을 책정했고, 매끼 식사 제공과 몇 가지 복지제도 등 직원대우가 업계에서 나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약간의 흑자를 실현하였고 미국과 중국, 일본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어 전망이 나쁜 회사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다.
나는 이러한 구인난과 구직난의 괴리가 ‘삼성 쏠림 현상’과 ‘쉽게 살기, 쉽게 가르치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상류급 대학 졸업생들은 삼성이나 LG, SK 그리고 전자통신연구소 등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벤처 회사로서는 처음부터 엄두도 낼 수 없다. 이에 반해 비 상류 대학에서는 대부분 쉽게 쉽게 학생들을 가르쳐서 전산과, 컴퓨터 공학과 졸업생이면서도 운용체계나 컴퓨터 구조론을 아예 수강한 적이 없는 학생이 많다. 과목이 어렵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과목을 피해서 최소화된 필수과목만을 듣고, ‘결혼과 성’ ‘세계 일주 여행’과 같은 교양과목으로 대부분 학점을 채우고 있다.
대학 교수들도 인기 없고 어려운 과목을 잘 가르치지 않는 모양이다. 따라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과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래머는 운용체계와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개발 지식이 있는 사람이다. 비주얼C, 혹은 C프로그램을 해본 경험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제품은 자동차 엔진과 같이 아주 정교하고 깊은 공학적인 지식이 아니라, 엔진과 구동 장치를 연결하는 접속부 개발과 같은 중급 기술을 요한다.
그러나 막상 모집에 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간단한 자동차 외장 장치를 만들어 보거나 바퀴를 바꾸는 방법 정도만 배웠기 때문에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대학 전산 계통에서 웹 관리, 웹 프로그래밍 정도만 가르친 경우도 있다. ‘데려다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겠지만 벤처기업으로서는 어려운 얘기다.
요즈음 벤처가 문을 닫으면서 인력 시장이 좋아진다고 하지만 결코 사정이 나아진 것은 없다고 본다. 그동안 상류 대학 졸업생들이 벤처를 창업했다가 많이 문을 닫았지만, 대부분 동문 기업으로 옮겨다니고 있다.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는 어디서든 문을 닫아도 이미 갈 곳이 정해져 있게 마련이고,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들로 시장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어 우리 같은 벤처도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를 운 좋게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항상 운이 따르지는 않기 때문에 최근처럼 주문이 밀리는 경우 해당 부서장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벤처기업 모임에 가 보면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가 없어 대부분의 기업이 사람 구하기에 모든 시간을 다 빼앗기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몇 개 기업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향후 ‘제조업에서 빼앗긴 경쟁력을 소프트웨어에서 찾겠다’고 나선 정부로서는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가 없이 소프트웨어 강국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쉽게 가르치는 교수진과 쉽게 배우려는 학생들이 만들어낸 질 낮은 제품으로 세계 공략이 가능할 것인가.
기업이 부실해지면 산업이 부실해지고, 그러한 산업계 위에 선 국가 경제 역시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를 살리기 이전에 대학교육 시스템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공계 공부가 어렵다고 대학원생이 바닥나는 이런 사회 풍토 속에서는 강한 기업, 튼튼한 산업계가 생겨날 수 없다.
◆최종욱 마크애니 대표 juchoi@mark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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