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IT과기분야는 이정표가 될 획기적인 조치가 많았다. 그런 바탕 위에 올해는 경제도 살리고 과학기술중심사회도 구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쉽고 만만한 게 아니다. 경제살리기는 경제부총리한테 떨어진 숙제다. 반면 과학기술중심사회 구현은 오명 과기부총리 몫이다. 과기분야에 부총리를 둔 나라는 없다고 한다. 그만큼 이례적이다. 과기부총리의 권한도 막강해졌다. 과학기술정책과 관련한 산업, 인력, 지역혁신 등 미시경제 전반을 총괄 조정할 수 있다. 거시경제를 맡은 경제부총리와 함께 한국경제를 이끄는 투 톱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매월 과학기술 관계장관 회의도 열고 있다. 그동안 19개 정부 부·처·청별로 추진하던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총괄 조율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설치했다. 약 6조원에 달하는 국가 R&D사업에 대한 조정배분권도 부총리가 행사할 수 있다. 이 액수는 정부 총 예산의 5% 정도다. 적어도 과기정책에 관한 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총리가 과기정책 총괄자로서 통합 행정을 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시스템적으로 한시적이나마 유관부처 정책입안과 집행 과정에 일정 부분 관여할 수 있어야 과기분야 통합 정책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R&D의 경우 사업 자체가 연속적이고 이미 윤곽이 잡힌 것이어서 부총리가 대폭 조정 배분할 게 없다고 봐야 한다. 연구성과가 미흡하거나 하자가 나타난다면 예외다. 지금 과기분야에서 할 일은 많다. 과기중심사회 구현은 말할 것도 없고 신성장동력 육성, IT뉴딜, 벤처 활성화, 부품소재 육성, 인력난 해소, 이공계 살리기 등 산적해 있다. 이런 일은 유관부서가 역할분담을 하고 정책을 집중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팀 플레이를 해야 할 일이다.
더욱이 유관 부처 간의 업무도 명확하게 조정해야 한다. 아직도 부처 간 업무중복과 그로 인한 중복투자가 근절된 건 아니다. 부처 간 드러나지 않은 영역다툼도 없지 않다. 지난해 말 엇박자를 낸 ‘기술유출법’ 사태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부총리의 역할이 중요한 대목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수차 언급한 대로 오명 부총리가 대통령의 후원 아래 과기정책의 실질적인 집행 수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게 하려면 그런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할 것이다. 제일 손쉬운 방법은 유관부처의 정책입안이나 집행 그리고 예산 조정배분작업에 관여하는 일이다. 이럴 경우 해당부처의 반발이 심할 것이다. 하지만 과기분야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통합해 추진하려면 한시적으로 그런 방법도 필요할 것이다. 부총리가 과기 분야를 책임지고 참여정부의 국정과제를 달성하려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국민을 위해 소신 행정을 펼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게 할 때 부총리가 부처이기주의를 해소하고 합리적 분권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행정 시스템을 만들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수석보좌관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한다. IT산업은 지난해 유가 상승, 국제 원부자재가격 상승, 원화 급등에 따른 환차손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의 주역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석은 부처 간 정책조율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보좌관은 대통령의 자문역이다. 경제 수석이 경제부총리와 긴밀히 호흡을 맞춰 경제정책을 알차게 추진하는 것처럼 정보과기분야의 정책에 관해 대통령의 뜻을 받아 부처 간 정책조율에 나설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대통령의 IT철학과 비전을 각 부처에 전파하고 실천하려면 지금의 보좌관을 수석으로 개편하는 건 타당성이 있다. 핀란드를 보라. IT산업을 기반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 나라다. 우리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 이런 여건 조성이 과기중심사회 구현이나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미룰 일이 아니다.
선사들이 대중에게 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왜 내 손가락 끝만 보는가.” 본질을 보라는 말이다. 혹여 오해 없기 바란다. 특정인을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앉히는 일 못지 않게 그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정한 일을 최대한 빨리 할 수 있게 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기에 하는 말이다. 거듭 손가락 대신 달을 보기 바란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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