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IMF이후 한국경제의 불투명성, 불확실성을 근거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주가를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아직 세계시장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상대적인 저평가는 여전하지만 이제는 울분을 삼킬 정도의 ‘억울함’은 상당부분 해소됐다.
요즘은 코스닥 디스카운트(KOSDAQ discount)라는 말이 나돈다. 거래소 기업과는 달리 유독 코스닥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 건전성이나 성장성 등을 따져보지도 않고 일단 가치를 폄하하고 보는 현상이다. 아마도 ‘닷컴 열풍’이 갑자기 싸늘한 ‘닷컴 삭풍’으로 바뀌면서 크게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만난 벤처기업의 CFO는 “아직도 과거의 코스닥 유령이 배회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코스닥 기업, 특히 IT기업이라면 전후사정 따져보지도 않고 부정적인 인식부터 가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업 재무구조나 성장성에 대해 설명을 해도 ‘그래도 코스닥에 있으면 투자가치가 별볼 일 없는 것 아니냐’며 싸늘히 돌아선다고 한다.
끊임없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등록기업 입장에서 근거없는 선입견 때문에 평가를 제대로 못 받는다면 억울한 일이다. 그것도 현재 해당기업의 행적과는 무관하게 코스닥이라는 포장지 때문에 빚어지는 불이익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원망만 할 일도 아니다. 실패한 투자자들은 이미 날린 돈으로 그 책임을 다했다. 코스닥의 구성원들도 코스닥이 진정한 우량 벤처기업의 산실로 자리잡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머니게임이나 부적절한 행태를 보여온 초기 코스닥 기업의 그릇된 관행은 많이 해소되었다 치더라도 투자자를 얼마나 배려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투자자나 정부정책을 원망하는 벤처들을 보면 대개 대주주가 지분을 꽉 움켜지고 있어 유동물량이 별로 없거나 증자와 같은 투자유인책도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기업이다. 기업설명회도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수익배당에 인색한 코스닥 기업들도 너무 많다. 이러고서 투자자들이 관심 갖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통합거래소가 출범하는 내년에는 투자자를 중심에 두는 등록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경제과학부·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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